'K-방산'의 무한 확장...수출 이어 유지·보수 사업까지

2024-09-27 12:00
KAI, 필리핀 국방부와 수출항공기 최초 PBL 사업자 선정
HD현대중공업, 필리핀에서 함정 MRO 첫 계약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6일 'ADAS 2024' 전시장 내 KAI부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공동취재단]
 
K-방산이 무기 체계 수출에 이어 유지·보수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다.
 
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2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시안방산안보전시회(ADAS) 2024’ 기간 필리핀 공군이 운영하는 FA-50PH 항공기에 대한 PBL(성과기반 군수지원·Performance Based Logistics)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국이 해외에 수출한 항공기에 대해 PBL 사업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업 규모는 1년간 약 270억원이다. KAI는 제작사로서 필리핀 공군이 보유한 FA-50에 대한 정비와 부속품 소요 산정, 재고관리 및 항공기 운영을 위한 기술 지원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1년 간의 시범 사업을 거쳐 성과를 입증한 뒤 추가 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통 30~40년 이상을 운영하는 항공기는 구매 비용보다 후속 지원 비용이 2~5배에 달한다는 게 KAI 측 설명이다. 필리핀 공군은 2014년 FA-50PH를 12대 구매해 2015년부터 운영 중이다.

FA-50 조종사이면서 이번 PBL 사업 계약 과정을 주도했던 마리오 멘도자 필리핀 공군 중령은 “필리핀 군에서 필요로 하는 임무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데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KAI는 15년간 국내에서 쌓아온 후속지원 사업 경험을 토대로 필리핀 PBL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에 힘쓸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T-50계열 항공기가 수출된 다른 국가와의 PBL 추가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강구영 KAI 사장은 “안정적인 PBL 후속 지원은 전력 향상을 도모하고, 운영 비용도 절감함으로써 고객과 업체 모두에게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필리핀 PBL대상자 선정으로 거대한 애프터 마켓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마리오 멘도자 필리핀 공군 중령이 26일 'ADAS 2024' 전시장 내 KAI 부스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위산업진흥회]

전투기뿐만 아니라 함정 분야에서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계약이 처음 체결된 곳도 필리핀이었다.
 
HD현대중공업이 2022년 6월 따낸 2600톤급 호위함에 대한 MRO 사업 계약이 최초였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 2600톤급 호위함 2척에 이어 2021년 3200톤급 초계함 2척, 그 다음해인 2022년엔 2400톤급 원해경비함 6천을 연달아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같은 ‘연속 수주’가 가능했던 건 기술은 물론 품질관리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검증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필리핀 MRO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함정 수출 확대를 노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수선사업대표 주원호 부사장은 “미국 해군 함정을 대상으로 하는 MRO를 비롯, 앞으로 수출하는 함정에 대한 MRO를 패키지 사업으로 접목하여 함정 수출의 미래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최근 성장하는 필리핀 방산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 글로벌 방산그룹들을 컨설팅하는 업체인 최정우 수에즈아시아 대표는 “필리핀은 ‘K-방산’ 아시아 내 시장 중 규모가 크고 장기적으로 투자 가치가 크다”며 “필리핀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단일 기업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로 디펜스 시스템 완성체로 접근해야 단기적으로 성공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ADAS 2024' 전시장 내 HD현대중공업 부스에 놓인 수상함 모형 [사진=한국방위산업진흥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