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상황] 이자 못 갚는 좀비기업 16%…"적기 구조조정 해야"

2024-09-26 11:15
한국은행 '9월 금융안정상황' 발표
지난해 외감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 전년보다↑
취약업종은 숙박음식·운수·전기가스·부동산 등
"한계기업 비중 증가, 정상기업에도 타격 미쳐"
"신용평가 기준 마련과 취약업종 구조 개선 필요"

[표=한국은행]
3년 이상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1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비기업들은 우리 기업의 전반적 신용리스크를 높이는 만큼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외감기업 중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 수와 차입금을 기준으로 각 16.4%, 26%를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상승했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으로 이자조차 갚을 형편이 못 되는 '좀비기업'을 의미한다.

특히 △숙박음식(59%) △운수(49.2%) △전기가스(46.1%) △부동산(43.8%) 등이 한계기업 비중이 높은 취약 업종으로 꼽혔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취약성이 크게 높아졌던 숙박음식 업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2022년 대비 한계기업 비중이 낮아졌다"며 "부동산 업종은 경우 2010~2020년 중 한계기업 비중이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지만 2021년 이후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한계기업에 대한 예금취급기관의 신용공여(대출 및 회사채) 규모를 보면 2023년말 기준 은행권이 125조3000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뒤이어 상호금융(13조1000억원), 저축은행(3조9000억원) 순이었다.

금융업권별 한계기업 신용공여 비율을 살펴보면 2023년말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기업대출 대비 8.5%가 한계기업에 대한 여신으로 파악됐다. 

한은은 "최근 업황 부진과 높은 수준의 금리 지속 영향으로 한계기업이 증가했다"며 "2021년 이후 금융업권에서 한계기업 신용공여 비율이 상승한 가운데 은행이 지난해 말 10%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내 한계기업이 증가하고 금융지원으로 장기 존속하게 되면 기업 전반의 신용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건전성이 부실한 기업들은 한계기업 진입 2년 전부터 대부분의 재무지표가 크게 나빠진 이후 장기간 회복하지 못했다. 한계기업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상기업의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영업이익률, 영업현금흐름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실제 업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0%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정상기업의 매출액 증가율과 총자산 영업이익률은 각 2.04%, 0.51%씩 하락했다. 업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0%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정상기업의 평균 차입이자율이 0.11%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금융기관이 업종 전반의 신용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해 정상기업의 리스크 프리미엄에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폴이된다. 정상기업에 대한 한계기업의 부정적 외부효과는 주로 중소기업·서비스업에서 두드러졌다.

한은은 "한계기업의 재무건전성 변화의 특징을 반영한 보수적인 신용평가 기준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제한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계기업에 대한 적기 구조조정과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구조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