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잔디' 지적 월드컵경기장, 번 돈 3%만 잔디 관리

2024-09-25 16:58
8월까지 수익 82억, 잔디 관리엔 2.5억
시설공단 잔디 훼손 산정 방식 문제 지적

2023년 8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개최로 손상된 잔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두렁 잔디’ 지적이 일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잔디 관리에 수입 중 3%만 쓴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설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관리에 지출한 금액은 총 2억5327만원이다.

새로 심을 잔디 1억5346만원, 잔디 보호용 인조매트 1994만원, 농약·비료 5140만원, 잔디 파종을 위한 오버씨딩기 1962만원, 잔디 폐기물처리 용역 886만원 등이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축구 경기와 연예인 콘서트, 주차 요금 등으로 벌어들인 돈은 총 82억550만원이었다.

국가대표 경기로 9억9426만원, FC서울 경기로 11억3832만원, 콘서트 등 문화행사로 24억3447만원, 일반행사로 36억3846만원의 수입이 있었다. 이 중 주요 문화행사 대관 수입은 임영웅 콘서트 14억3899만원, 세븐틴이 9억7758만원 등이다.

결국 잔디 관리 비용이 총수익 중 3.08% 불과하단 의미다. 지난 21~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유 콘서트 수익이 합해지면 그 비중은 더 줄어든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그라운드 곳곳이 파여 있어 ‘논두렁 잔디’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뒤 “선수들이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홈에서 (경기를) 할 때 (잔디 상태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10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이라크와 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되면서 잔디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은 지난 17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잔디 관리 실태에 대한 직무감찰을 즉각 실시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해당 민원은 25일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을 거쳐 시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설공단에도 잔디 관리를 강화하라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잔디 훼손 산정 방식에 문제도 제기된다. 윤영희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설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븐틴 콘서트 때 잔디 훼손 면적과 원인자 복구 비용은 각각 세븐틴 1760㎡,  1억8656만원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콘서트로 인한 잔디 훼손 시 주최사에 복구 의무를 부담시키고 잔디 훼손 면적 산정은 공단에서 실시한다.

윤영희 의원은 "그라운드석을 판매한 세븐틴 콘서트는 경기장 전체 잔디 면적인 9126㎥ 대부분을 사용하고도 19%에 해당하는 면적만 복구를 진행한 것"이라며 "그라운드석 판매 상황을 봤을 때 잔디 훼손 면적이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 훼손 평가 방식이 적절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