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자은면 백길 농사 '날벼락', 수로로 해수 역류

2024-09-25 10:51
'대파·벼 등 농지 6만평 피해' 주장...피해지 염도 기준치 8배 높아

신안군 자은면 백길마을에서 수확을 앞둔 벼가 누렇게 시들어 있다. [사진=김옥현 기자]
 
신안군 자은면 백길마을에서 수확을 앞둔 벼와 대파가 누렇게 시들거나, 성장을 멈추고 고사되는 피해가 발생해 농심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최근 수로 등 농사용 저류지에 유입된 해수와 섞인 담수를 농지에 공급하면서 농작물이 말라 죽는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피해 농민들에 따르면 만조 때 인근 바다에서 해수가 새우양식장 배수시설과 태양광 시설의 배수로를 통해 농수로로 역류해 유입됐다.
 
저류지에 해수가 유입된 사실을 모른 농민들은 가뭄이 한창이던 9월 초 대파와 벼 작물에 물을 대면서 농작물이 말라 죽는 염해로 이어졌다는 것.
 
7일 피해를 확인한 농민들은 부랴부랴 약 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중장비 등으로 해수 유입구 2곳을 차단하고, 8일까지 이틀간 저류지 농수를 제거하는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어 마을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말라죽은 농작물을 되살릴 수 없고, 반복될 수 있는 피해를 막아낼 뾰족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은 태양광 업체 측과 양식장 사업자, 신안군 관계자와 농작물 피해에 대한 실태 파악과 실질적인 피해 보상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마을 농민들을 따라 취재진이 찾은 피해 농지의 작물들은 정상적인 생육을 못하고 고사되는 피해를 입었다.
 
농지에는 풍성한 파란 잎을 자랑하며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는 대파를 대신해, 나약하게 말라 비틀어진 대파들이 듬성듬성 자리해 피해 상황을 대변했다.
 
또 막바지 수확을 앞둔 벼도 잎이 말라 노랗게 변하며 고사해, 타들어가는 농심을 대신하고 있었다.
 
실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와 함께 수로 4곳을 확인한 결과 바닷물이 유입된 저류지 물을 농작물에 공급하면서 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염해 추정 농지에 공급하는 물을 담고 있는 수로 4곳 모두에서 농업용수의 염도 기준치보다 5배에서 8배 이상 높은 백분율 수치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신안군 자은면 백길마을에서 수확을 앞둔 벼가 누렇게 시들어 있다. [사진=김옥현 기자]
 
피해 발생에 따른 보상과 향후 제발 방지를 위해, 책임 소재에 관심이다.
 
농민들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시설 외곽의 배수로와 내부에 배수시설을 따라 해수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농사용 저류지를 오염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피해가 없다가 태양광시설이 들어서면서 발생한 피해란 점 때문이다.
 
문치웅 마을이장은 “농사용 저류지로 태양광 업체의 배수로를 따라 유입돼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며 “정상적인 배수시설 설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등 책임을 따져 보상과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안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수로 네 곳에서 염도가 높게 나왔다. 이 물이 농지에 공급되면서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