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켓 인기 시들, 거봉에 가격 역전

2024-09-23 16:18
당도 떨어지면서 소비자 외면…초기와 달리 품질 하락했다는 평가

 
샤인머스켓 [사진=아주경제DB]
'명품과일'로 불리던 샤인머스켓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거봉 포도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농가가 우후죽순으로 심고 시장에 저품질이 보급되면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샤인머스켓 품질 평가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거래된 샤인머스켓 소매 가격(2kg) 평균은 2만1865원이다. 반면 거봉 소매 가격(2kg) 평균은 2만3040원으로 샤인머스켓보다 높게 판매됐다. 샤인머스켓 소매 가격이 평년 대비 39.54% 하락하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샤인머스켓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샤인머스켓은 2017년 도입당시 '명품과일', '망고포도'로 불리며 한송이에 2만원이 넘었다. 가격이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한 2019년 9월에도 월평균 가격은 2kg당 3만9247원으로 비쌌다. 

초기 샤인머스켓은 당도가 높고 씨가 없어 시장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았고 과일빙수를 비롯해 다양한 간식에도 활용됐다. 샤인머스켓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농가들도 일반 포도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고 대거 진출했다. 2017년에는 전체 포도 중 샤인머스캣 비율이 4%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3.9%로 급증했다.

문제는 농가들이 대거 진출하는 과정에서 품질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샤인머스켓은 최근 몇년 사이 맛이 크게 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와 달리 당도가 떨어졌고 껍질이 질기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가격은 폭락했다. 

농가들도 울상이다. 샤인머스켓의 높은 가격에 이끌려 재배에 나섰다가 판매가 감소하면서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경상북도 김천에서 포도과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정확한 계산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매년 샤인머스켓의 인기가 줄어드는 것을 체감한다"며 "농가가 (시장에) 많이 진출하면서 품질 관리가 안 됐는데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관리 부재도 인기 하락을 만든 원인으로 꼽힌다. 샤인머스켓의 품질 규격은 무게로 구분된다. 당도나 과육의 상태가 아닌 무게 중심으로 평가를 받다보니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농가들이 당도가 떨어지더라도 무게가 나가는 포도를 시장에  내놨고 소비자들이 이에 실망하며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샤인머스켓의 품질 관리를 위해 규격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포도는 송이 무게가 무거우면 당도가 떨어져 당도 관리를 위해 송이당 무게 상한선을 두자고 정책 제안을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