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법' 공방전 심화…野 "지역 살려야" 與 "빚더미 전락"

2024-09-19 17:58
당정, 대통령 거부권 건의 방침…"소비진작 미미"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19일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역화폐법' 필요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해병대원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을 국민의힘 반발에도 강행 처리했다.

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이자 민주당의 당론 법안인 지역화폐법은 재석 169명 중 찬성 166명, 반대 3명으로 가결됐다. 표결에 앞서 여야는 찬반 토론을 진행하면서 신경전을 펼쳤다.

찬성 토론 주자로 나선 오세희 민주당 의원은 "현재 전국 사업자 779만명 중 734만명이 소상공인, 40만명이 중소기업으로 95.1%가 소상공인"이라며 "소상공인 폐업이 98~100만 건으로 내수침체, 고금리 등으로 정말 위기의 골목상권"이라고 우려했다.

오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5조원은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다"며 "지역사랑상품권이 왜 정쟁의 정책이 돼야 하느냐. 지역을 골고루 살릴 수 있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우리한테도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경제가 살아야 국가 경제도 성장하지 않겠나"라며 "지역이 없는데 어떻게 국가만 성장하겠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없어진다면 골목상권은 아무 수혜가 없을 것"이라고 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반면 여당은 해당 법안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13조원 현금 살포법에 이어 한 술 더 떠서 제도적으로 현금 살포를 뿌리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정파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민 혈세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은 기업으로 따지면 배임 행위나 다름없다"고 혹평했다.

조 의원은 "최근 5년간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 지원 규모는 벌써 95조원이 넘는다"며 "만약 이 법안이 민주당 일방으로 통과되면 얼마나 많은 액수를 국비로 감당해야 될지 도무지 가늠이 안 된다. 잔치가 끝난 후 국가는 완전 빚더미에 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과 행정안전부는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지역화폐법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주무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전했다.

이 장관은 "법률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 사무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운영에 대해 국가가 의무적으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해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훼손한다"며 "법에서 규율하는 국가와 자치사무 간 사무 배분 원칙과 자치사무 경비에 대한 지자체 부담 원칙을 위배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지역사랑상품권의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추가 소비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부정 유통과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혁신당 소속 이주영·이준석·천하람 의원은 두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진 반면, 지역화폐법에는 반대표를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