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드라마 성공 부러워하던 日, '쇼군' 에미상 석권에 환호
2024-09-17 19:15
日매체 "한국 드라마 세계적 성공이 토양 돼"
米콘텐츠 산업 '다양성' 추세 속 아시아로 눈길
米콘텐츠 산업 '다양성' 추세 속 아시아로 눈길
일본의 17세기 정치적 암투를 그린 미국 드라마 '쇼군'이 미국 방송계 최고봉에 오르자 일본 언론들이 연일 '쾌거'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쇼군'의 성공에 한국 영상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이 토양이 됐다는 분석도 내어 놓고 있다.
17일 일본 방송 및 신문들은 '쇼군'이 15일(현지시간)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인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과 감독상 등 18개 부문을 휩쓴 소식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쇼군 출연진들도 각종 매체의 인터뷰에 응해 "할리우드가 일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전망을 언급했다.
'쇼군'은 드라마 시리즈의 작품상과 감독상 외에도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까지 휩쓸었다. 2년 전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에 이어 사나다 히로유키가 아시아계 배우로는 두 번째로 이 상을 손에 넣었다. 여우주연상에는 사와이 안나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일본 배우로는 처음으로 에미상 주연상을 받았다.
17일 오전 TV 아사히의 아침 정보 방송 '하토리의 모닝쇼'에서 한 출연자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엔터테이먼트 산업에서는 늘 한국이 세계에서 앞서가고 있었는데, 드디어 일본에서도 성과가 나왔다"며 반색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오징어게임과 기생충 등의 흥행 덕분에 미국에서 자막을 통해 영상을 접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덕택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70%가 일본어 대사인 드라마가 미국에서 히트를 친 것은 한국 드라마의 약진이 토양을 만든 것이 크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더빙으로 보는 것을 선호하지만,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히트를 계기로 영어 자막으로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또 "쇼군에 대한 관심은 미국 사회의 다양화 흐름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쇼군은 이미 같은 원작으로 미국에서 1980년에도 드라마가 제작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주로 영국인 항해사의 시점으로 그려졌었다. 미국 CNN은 "이번에는 일본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이는 TV 업계가 글로벌하게 변화했음을 보여준다"고 평하기도 했다.
2023년은 미국 전역의 각본가와 배우들이 파업을 벌여 신작 드라마 제작에 큰 차질이 빚어진 해이기도 하다. 닛케이는 미국 언론들 가운데는 "에미상 출품작이 예년보다 적어 '쇼군'의 독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사실도 전했다.
'쇼군'은 17세기 초 일본의 정치적 음모를 다룬 제임스 클라벨의 동명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대사 대부분이 일본어로 촬영됐으며 미국 디즈니 계열인 FX 채널에서 자막을 달고 방영됐다. 제작자와 감독 등 주요 스태프는 미국인이었지만 출연진은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대부분 일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