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보이스피싱 4건 중 1건 '30대 이하'...피해건수 1년새 3배↑

2024-09-14 14:01
농협, 보이스피싱 예방 위해 투입 예산 1.6% 불과
민주 윤준병 "농협, 범죄예방 손 놓아...사전예방 활동 강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권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시행 관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역 농축협과 NH농협은행을 이용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30대 이하 청년들이 최근 3년 사이 크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이 14일 농협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농협 이용객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총 991건이었다. 지난해 356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3배 가량 뛴 수치다. 피해 금액은 총 214억1400만원으로 당해연도 농협 보이스피싱 전체 피해 금액의 24.4%를 차지했다.

10대의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도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을 이용하는 10대의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021년 3건, 2022년 0건에서 지난해는 15건을 기록했다. 최근 3년 간 피해금액은 총 6900만원이었다. 건당 평균 약 383만원에 해당한다.

20·30대의 경우 지역농축협 이용객의 보이스피싱 피해 증가가 두드러졌다. 피해금액은 2021년 51억9000만원(254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151억1900만원(585건)을 기록해 3년 사이 3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출상품을 미끼 삼은 금융사기 범죄 피해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피해 유형별 발생현황을 보면, 지난해 '대출빙자사기' 비중은 전체 발생 건수 대비 37.9%로 2022년 15.8%와 비교해 22.1%p 늘어났다. 

그러나 NH농협은행과 지역농축협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이 농협중앙회에서 받은 '보이스피싱 예방 및 피해지원 관련 추진사업 현황'에 따르면, 농협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최근 3년 간 2219억원이었지만 NH농협은행이 피해 예방 및 지원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피해액 대비 1.62%인 36억3320만원에 불과했다. 지역농축협도 별도의 시스템 구축 없이 대부분 예방 사업이 홍보와 교육 활동에 그쳐 현재 고도화된 금융사기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점차 다양화, 지능화됨에 따라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대출빙자사기 등 보이스피싱을 저지르는 것은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앞으로 청년층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에 보다 선제적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