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원일·이진기 트립소다 공동창업자 "우주·심해·남극까지 함께라서 가능한 모험 여행"

2024-09-13 00:00

지난 1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조원일·이진기 트립소다 공동 창업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혼자선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몽골과 중앙아시아, 이집트, 아프리카, 남미를 넘어 우주, 심해, 남극까지 체험할 수 있는 모험 여행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만난 트립소다 공동 창업자 조원일 대표와 이진기 운영총괄이사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포부다.

트립소다는 조 대표와 이 이사가 2020년 7월 창업한 글로벌 여행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이다. 플랫폼을 통해 성별, 나이, 여행 취향 등 직접 작성한 프로필을 기반으로 동행을 매칭한다. GPS 및 지도 기반의 실시간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정과 성향이 맞는 이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트립소다는 동행 매칭을 넘어 20·30대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모험 여행'의 장을 열었다.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모험 성격이 강한 여행지를 동행과 함께함으로써 가능하게 만들었다.

조원일 대표는 "트립소다는 온라인 게스트 하우스로 비유할 수 있다. 게스트 하우스에 가면 그곳에서 나와 잘 맞는 사람과 일정을 공유하고 같이 여행하기도 한다"면서 "몽골이나 키르기스스탄처럼 모험 성격이 강한 여행지는 혼자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트립소다에서는 동행을 구해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대표는 "일반 여행사 패키지는 여행사 주체로 모객하지만, 우리는 고객들이 직접 동행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조원일 트립소다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진기 트립소다 운영총괄이사.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금까지 남미, 중앙아시아, 중동 등은 여행자들이 찾는 수요가 많지 않아 고비용 상품이 주를 이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은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는 50·70대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몽골이 급부상했고, 젊은 층이 모험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몽골은 특성상 가이드 없이 혼자 여행하기 어려운 국가이기 때문에 동행을 구하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2022년 엔데믹 이후 몽골로 답사를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모험 여행'이라는 우리에게 딱 맞는 카테고리를 찾게 됐다"며 "그렇게 몽골 투어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매출이 5배 정도 증가했고, 투자금도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립소다 몽골 여행 브랜드 '미라클 몽골'이 진행하는 몽골 여행. [사진=트립소다]
현재 트립소다의 주력 여행지는 몽골과 키르기스스탄이다. 이진기 이사는 "몽골을 좋아했던 여행자들이 키르기스스탄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상품을 운영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 코리앤더와 웨이포인터스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립소다는 웨이포인터스뿐만 아니라 몽골을 전문으로 하는 미라클 몽골, 이집트 솔라카펫라이드 등 지역별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 이사는 "내달 중으로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진행하는 모험적인 투어 상품을 론칭할 예정이며, 이집트 상품도 연내에 선보이기 위해 답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립소다가 지향하는 투어는 기존 여행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체험이다. 비록 고생이 수반되지만, 어디서도 쉽게 할 수 없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이에 대해 이 이사는 "우리 플랫폼에서는 키르기스스탄 눈 속에서 말을 타고 5시간 넘게 산을 오르거나, 겨울 시즌 몽골에서 아무도 없는 산장을 찾아 온천을 열고, 이집트 나일강 전통 배 위에서 잠을 자는 등 국내 여행상품에서 찾아보지 못한 프로그램들을 체험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트립소다가 젊고 역동적인 플랫폼이라는 색채가 강하다 보니, 젊은 커뮤니티와의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조 대표는 "한번은 소개팅 서비스 앱 '내친소'와 협업해 몽골에서 소개팅 형식으로 12명을 모아서 '게르팅(게르+미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면서 "크로스핏 커뮤니티에서 건강한 여행 일정을 짜달라는 문의가 오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트립소다의 중앙아시아 여행 브랜드 '웨이포인터스'의 키르기스스탄 여행. [사진=트립소다]
여행이 좋아서 여행에 관련된 창업을 기획했지만,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조 대표는 "여행업계가 워낙 보수적인 편이라 젊은 사람이 여행업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면서 "사업 초기 제주도에서 택시투어를 시작하려고 업체들을 찾아다녔는데 경험이 없다고 무시당하기도 하고, 업체에서 우리를 잘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술회했다.

조 대표는 "처음에 여행 플랫폼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사업계획서를 들고 무작정 관광공사 기업 지원센터를 찾아갔다"며 "이후 관광공사 초기관광벤처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고, 체계적인 액셀러레이팅을 받아 지금은 관광공사에서 가장 큰 사무실을 쓸 정도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 대표는 "관광공사 덕분에 재무, 회계, 투자 등 여러 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은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진출 관련 도움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밑거름 덕분에 트립소다는 2023년 '최우수 관광 스타트업 장관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다.
 
트립소다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동행을 구하고, 여행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사진=트립소다]
직원 두 명으로 시작한 트립소다는 2년 만에 13명으로 늘었다. 현재 가입자는 3만5000명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6만5000명(이하 8월 기준)을 달성했다. 플랫폼을 통한 동행 여행 참여자 수는 1만500명에 이른다.

성장처럼 투자유치도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벤처캐피털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와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로부터 8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하며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최근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로부터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방식 후속 투자까지 유치했다.

조 대표는 "'평균의 종말'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누구나 알 법한 관광지를 선호했는데 이제는 맞춤형 여행 상품이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면서 "커뮤니티 안에서 나와 비슷한 여행을 추구하는 동행을 구하면, 평균적인 여행이 아닌 좀 더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 특이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분명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특이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여행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끝에 조 대표는 "국내에서 모험 여행을 선도한 뒤 장기적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모험 여행을 즐기는 외국인 여행객들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 남극이나 우주, 심해 등 한층 더 모험적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여행 플랫폼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