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부동산] 돌아온 40대, 수도권 아파트 '큰 손' 부상...지역별 세대 쏠림도 심화

2024-09-13 07:00
가격 상승·규제 강화에 '영끌' 막힌 30대...지방서 강세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30대가 전국 아파트 시장에서 수년 간 존재감을 확대해 온 가운데, 시장 양극화로 지역마다 세대별 쏠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5대 광역시와 지방의 경우 여전히 30대의 매수 비중이 강세를 보인 반면,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주택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40대들이 다시 아파트 매입에 나서면서 시장의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매입자 거래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30대의 매수 비중은 27.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 2023년 8월(27.9%)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30대는 지난 3월 아파트 거래에서 26%를 차지하며 40대의 매수 비중(25.2%)을 앞선 후 5개월 연속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매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거래량도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30대가 7월 전국에서 사들인 아파트 수는 1만5287가구로, 지난 2021년 8월(1만5565건)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전월(1만1646가구)와 비교하면 매매 거래량이 1개월 새 31.2%나 늘었다.
 
지방 광역시 내 3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도 지속 증가 중이다. 부산의 경우, 지난 4월 3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27.3%를 기록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 후 7월까지 매월 2%포인트(p) 가까이 40대의 매수 비중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 역시 7월 기준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28%를 넘어서 40대의 매수 비중보다 4%p 높다.

대전도 올해 아파트를 매수한 30대 비중이 올해 2월 전월 대비 2%p 상승한 27.5%를 기록한 이후 올해 7월에는 29.8%로 확대되며 5개월 연속 30대의 매수 비중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광주 역시 지난 7월 3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29.6%로 30%에 육박하며 40대(25.7%)보다 4%포인트 가까이나 차이가 났다.
 
반면 수도권의 경우 올해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40대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천의 경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3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40대보다 평균 2.5%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5월 40대 비중이 25%로 올라서며 30대의 매입 비중을 10개월 만에 앞지른 후, 3개월 연속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매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역시 올해 상반기 상승장을 이끈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마포구 등에서 40대 매수 비중이 확대되며 약 2년 만에 30대의 매수 비중을 역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매입자 거래량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40대의 비중은 33.2%를 기록해 30대(31.5%)를 앞질렀다.
 
자치구별로는 7월 강남구 아파트 거래에서 40대 매수 비중은 42%, 서초구는 44%를 기록했다. 특히 송파구의 경우 전월 대비 40대 비중이 35.1%에서 7월 39.1%로 4%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마포구도 40대의 매입 비중도 37%를 웃도는 등 지난 7월 서울 전체에서 4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지난 2022년 8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다시 연령대 중 1위를 탈환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주택 구매력에서 유리한 일부 40대의 매매 거래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30대가 정책 지원에 힘입어 생애 첫 주택 구입 비중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주택 매입에 나섰지만, 40대의 경우 금리 영향이나 주택 가격 변동률에 비교적 신중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최근 서울과 수도권 주택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40대가 매수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다시 한번 그 비중이 역전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19일 기준 2021년 이후 동일 단지·면적의 직전 최고가 대비 평균 90%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반면 5대 광역시와 지방의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는 여전히 30대 강세가 이어져 지역에 따라 세대 쏠림이 두드러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의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자산 축적 기반이 약한 연령대의 매입 비중이 줄어든 것”이라며 “주택 시장의 전통적인 수요층은 40대로, 과거 ‘영끌’ 이슈 등으로 30대가 주택 시장에 대거 나오며 왜곡됐던 주택 매입 생애 주기가 수도권에서 40대 중심의 실수요로 정상화되며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30대의 주택 구매력과 40대의 구매력 격차가 다시 벌어지면서 생긴 영향으로 보인다”며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 등으로 주택 구매력이 원래 상대적으로 높았던 40대의 매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