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IN] 野 띄운 '계엄론' 후폭풍…가능성 따져보니

2024-09-05 06:00
尹, 현행법상 계엄령 선포 가능하나 실현 미지수
野 의원 42명 체포해야 국회 해제요구권 무효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 회담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설'에 대한 파장이 정치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해당 의혹이 '선동·괴담 정치'라며 격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당 차원의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어 진실 공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계엄령 논쟁은 지난 1일 열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첫 여야 대표회담에서 본격화됐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종전에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완벽한 독재 국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계엄설 주장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에 맞불을 놓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이후 민주당 인사들이 의혹 제기에 가세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천준호 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일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불거진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을 언급하며 "지금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서 그런 고민과 계획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당 최고위원도 4일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언급한 점을 두고 "척결을 위한 빌드업"이라며 "가짜뉴스로 정치 선동을 하고 있다는 여권의 주장이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다만 현행법상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할 수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계엄 발동 조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 헌법 77조와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공적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현재 휴전국이긴 하나 전시 상황은 아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한 법률도 존재하지 않아 인정 범위가 모호하다.

여기에 국회가 재적의원 300명 중 과반수(151명)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는 대통령의 계엄선포권이 특정 목적을 위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이다.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에 달하는 만큼, 야당을 겨냥한 계엄 선포가 현실화할지라도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만약 정부가 국회의 해제요구권 발동을 저지하기 위해선 야당 의원 42명을 체포 및 구금시켜 재적의원 과반 찬성 조건의 성립 자체를 불가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 44조에 규정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에 따르면 계엄 선포 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이 현행범에 해당할 때만 체포 및 구금할 수 있다.

실제로 1949년 5월 21일 제헌국회 제3회 임시회의 집회일과 1952년 4월 25일 2대 국회 제12회 정기회의 회기 당시 현역 의원이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다만 오늘날 현역 의원 체포를 강행한다면 공권력을 이용해 특정 정당에 위해를 가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불 가능성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현실성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지만 계엄령에 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

같은 당 한민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물론 저희들이 지금 어떤 확실한 증거를 야당이 갖고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만, 여러 제보들은 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안규백 의원은 전날 "저한테 제보를 한 사람도 없고 제보를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반격에 나섰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4일 박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에 대해 "그나마 실체 없는 계엄령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평가할만하지만, 사과와 성찰이 빠진 부분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혜란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구체적 정황이 접수되는 게 있다'면서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니 그 뻔뻔함에 더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싸구려 도발을 민주당이 지속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