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후폭풍] 공급망 분절화 대비해야…"미·중 갈등 韓에 기회" 분석도

2024-09-04 17:00
美대선 이후 글로벌 공급망 단절시 韓 GDP 13%↓
트럼프·해리스 누가 당선돼도 韓수출 타격 불가피
韓,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의 '수혜국'이란 평가도

랄프 오사 WTO 수석 이코노미스트(왼쪽)가 4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 경제와 금융 안정 콘퍼런스'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장선아 기자]
11월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능성에 한국도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대중 견제 심화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와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 이익 중 어느 쪽 파급 효과가 클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4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공동 주최로 열린 '2024 세계 경제와 금융 안정 콘퍼런스' 기자회견에서 랄프 오사 세계무역기구(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순 없지만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분절화가 지속된다면 세계 경제의 실질소득이 5%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브리엘 펠베어마이어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원장도 전날 같은 콘퍼런스에서 "글로벌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다"며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13%까지 축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한은이 발간한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통상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변화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고 연쇄반응으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도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과 연계 생산이 6% 이상 줄어들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면 3~5%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측 공언대로 고율(60%)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중국 GDP가 2.5% 감소하고 한국도 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표=한국은행]
예상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급망 분절화에 영향을 받는 우리 기업은 아세안 지역으로 수출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며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간 갈등 심화가 우리나라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캐롤라인 프로인드 샌디에이고대 글로벌 정책대학 학장은 "대중 수입이 줄더라도 중국의 부가가치가 제3국을 통해 미국 내로 유입되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로 인한 수혜국 중 하나"라고 짚었다.

오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많은 국가들이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구매·조달을 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1)' 전략으로 다변화하고 있는데 한국도 '플러스 원'에 해당된다"며 "특히 한국은 코로나 전후로 서비스업 부문 교역 규모를 2배 가까이 늘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