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찾아달라는 119 구급대 요청, 2배 이상 늘어

2024-09-04 09:28
전공의 집단사직 의료공백 장기화 영향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인근에서 의료 관계자가 구급차 인근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119 구급상황센터에 병원을 찾아 달라는 요청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 병원을 선정한 건수가 총 11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19건 대비 131% 증가했다.

또 올해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 업무별 비중에서 ‘이송 병원 선정’ 비중은 4.1%로 지난해 같은 기간(1.8%)보다 2.3%포인트 높아졌고, 같은 기간 ‘대국민 병·의원 안내’는 41.8%에서 44%로 2.2%포인트 늘었다.

이를 두고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나자 응급환자를 위해 병원을 선정하는 구급상황관리센터 역할이 강화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구급대 요청 시 환자 중증도를 판단해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나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병원을 선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소방청은 올해 2월부터 구급상황관리센터 역할을 강화해 왔다. 기존에는 구급대에서 직접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았는데 구급대에서 직접 응급처치를 하며 병원을 찾기에는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응급실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구급대 재이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구급대가 환자를 네 차례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이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2022년 10건, 지난해 16건을 웃도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두 차례 재이송된 사례도 78건으로 지난해 1년간 84건이었던 기록에 육박한다.

문제는 추석 연휴 기간이다.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 기간 119 신고가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0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추석 연휴 전국에서 들어온 119 신고 건수는 일평균 4만2731건이었다. 병·의원과 약국 안내, 응급처치 등 안내요청 건수가 38.7%로 가장 많았고 구급 출동 요청이 20.8%로 그 뒤를 이었다.

연휴 기간에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하는 등 응급실 운영을 축소할 계획을 갖고 있는 병원이 다수인 만큼 119 신고가 늘어날 시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미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등이 야간이나 주말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여의도성모병원도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