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무기 사용 원칙 개정 중…서방 도발 탓"

2024-09-02 17:54
러 고위 "핵 교리 변경 작업, 이미 진전된 단계"
푸틴 "서방, 우크라를 무기 취급…특수작전 계속"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연합뉴스]

러시아가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 교리를 개정할 것이라는 고위 당국자 발언이 나왔다. 지난달 이뤄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전황이 격화하자 ‘핵무기 위협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부차관은 이날 러시아의 핵 교리 변화는 국가 핵 억제 정책의 기초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적에 대한 군사 행동에서 핵무기 사용이 허용되는 2가지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교리가 있다”며 “국가 핵 억제 정책의 기초는 이런 행동의 옵션과 조건을 구체화하는 문서이며 현재 우리는 후자의 문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랴브코프 차관은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최근 분쟁과 모스크바의 특별 군사 작전에 대한 서방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핵 교리를 변경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 고위 외교관에 따르면 핵 교리 변경 작업은 이미 진전된 단계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0년 대통령령 형식으로 제시한 러시아 핵 교리에는 러시아가 적의 핵 공격을 받거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공격이 있을 경우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교리는 살아있는 것이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교리 수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랴브코프 차관의 이번 발언에 대해 “교리 개정이 실제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가장 명확한 언급”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진격하면서 양측 전투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달 6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를 급습해 한 달 가까이 일부 지역을 장악하며 현재 1300㎢에 가까운 러시아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3일 몽골 방문을 앞두고 이날 공개된 몽골매체 어누더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무기로 취급하며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며, 러시아 안전을 위해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방 엘리트들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취급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대규모 정치적,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모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