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TSMC 협력 물꼬 트일까...양사 고위 임원 대만서 첫 대담
2024-09-01 17:30
파운드리 사업 경쟁자...메모리에선 협력 가능성도
AI 메모리 주도권 두고 삼성·SK하닉 경쟁도 관전 포인트
AI 메모리 주도권 두고 삼성·SK하닉 경쟁도 관전 포인트
삼성전자와 TSMC의 핵심 관계자가 대만에서 첫 대담을 진행한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놓고 오랜 기간 경쟁해 왔던 두 회사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 시대를 맞이해 협력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반도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막하는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타이완 2024' CEO서밋 행사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TSMC·구글 고위 임원과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주제로 의견을 주고받는 파이어사이드 챗(노변대담)을 진행한다.
삼성전자와 TSMC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매출·영업이익 면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입은 기업이다. 구글도 생성 AI와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였을 뿐만 아니라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TSMC는 그동안 파운드리 사업을 놓고 경쟁해 왔을 뿐 양사가 협력해서 핵심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HBM4(6세대) D램에 D램칩을 쌓은 '코어 다이'뿐만 아니라 고객 요구에 맞춰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로직 다이(베이스 다이)'가 추가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체적으로 코어 다이와 로직 다이를 설계·양산해 HBM4 D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해 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역량까지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번에 삼성전자와 TSMC 메모리·파운드리 고위임원이 만나면서 그동안 교류가 없던 두 회사 간 협력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TSMC는 지난 5월 HBM4 D램용 로직 다이 생산에 12FFC+(12㎚ 공정)와 N5(5㎚급 공정)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며 AI 메모리 양산을 위해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마이크론 등 다른 D램 업체와도 협력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정배 사장은 대담과 별도로 '메모리 기술 혁신을 통한 미래로의 도약'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한다. HBM, 기업용SSD(eSSD) 등 AI 메모리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준비 상황을 전 세계 반도체 전문가들 앞에서 설명한다.
같은 날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사장도 기조강연을 한다. 주제는 'AI 메모리 기술의 가능성을 펼치다'로, 자사 HBM D램 경쟁력에 관한 발표를 할 전망이다. 김주선 사장은 이후 TSMC 주요 임원을 만나 AI 메모리 분야에서 양사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CEO 서밋에선 두 사장뿐만 아니라 게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최고경영자(CEO), 루크 반 덴 호브 IMEC CEO, Y.J.미 TSMC 최고운영책임자(COO) 등도 AI 반도체 산업 발전방향에 관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재료 업체인 한화정밀기계, 한미반도체, 동진쎄미켐 등도 참여해 자사 기술 경쟁력을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