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 고조에…세계 15대 방산업체 2026년 69조 '돈방석'

2024-08-26 17:14
美 5대 방산업체, 약 35조원 현금 벌어들일 듯

보잉 헬기 시누크(CH-47F) [사진=보잉]

'2개의 전쟁' 확산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요 방산업체들이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15대 방산업체는 오는 2026년에 520억 달러(약 68조9780억원)의 잉여 현금 흐름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 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잉여 현금 흐름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말한다.
 
특히 미국의 5대 방산업체(록히드마틴, RTX, 노스롭 그루먼, 보잉, 제네럴 다이내믹스)는 2026년 말까지 260억 달러(약 34조4890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2021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최근 일련의 사고로 경영실적이 안 좋고 민간항공기 비중이 큰 보잉은 제외된 수치다.
 
유럽에서도 영국의 BAE 시스템즈, 독일의 라인메탈, 스웨덴의 사브 등 각국의 정상급 방산업체들이 미사일과 탄약 주문 등에 힘입어 현금흐름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아시아 지역 긴장 고조 등으로 각국 정부가 국방예산을 늘리면서 방산업계가 혜택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우크라이나와 대만, 이스라엘 지원을 골자로 한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이들에 대한 무기 지원을 위해 5대 방산업체와 그 협력사에 국방 예산 130억 달러(약 17조2497억원)를 배정했다.
 
영국 국방부도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로 76억 파운드(약 13조3149억원)를 투입했다.
 
각국의 국방비 지출이 커지면서 무기 주문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일반적으로 무기 신규 계약이 매출로 이어지려면 몇 년이 걸린다. 방산업체들은 무기가 인도되는 시점에 매출의 대부분을 확보한다. 다만 방산업계가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다가 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로버트 스탤라드 버티컬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의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5년 만에 가장 컸다.
 
록히드 마틴과 RTX는 작년에 190억 달러(약 25조2111억원)에 가까운 자사주를 매입했고 BAE 시스템즈는 3년에 걸쳐 15억 파운드(약 2조6277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올여름 마무리하고 다시 15억 파운드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은 이달 초 미국 미시간에 있는 군용 차량 부품 제조업체 록퍼포먼스를 9억5000만 달러(약 1조26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라인메탈은 이 거래가 미 육군의 전투 차량과 전술트럭 계약에서 600억 달러(약 79조5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수주를 따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민 파퍼거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큰 물고기(기업)를 잡지 못하더라도 작은 물고기를 잡을 것이고, 미국에서는 작은 물고기들도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