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경합주서 '캐스팅 보터' 아시아계 겨냥 광고 개시…트럼프와 차별화

2024-08-23 09:10
아시아계, 전체 유권자 중 4%이지만 중요성 부각
'인도계 흑인' 해리스, 출신 성향 이점으로 친아시아계 행보 가속화

지난 달 아시아태평양계 유권자 행사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사진=카멀라 해리스 유튜브 캡처]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본격적으로 경합주 내 아시아계 미국인 공략을 위한 광고를 개시하기 시작했다. 강경 이민 정책을 공언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올해 미국 대선에서 아시아계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 보터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들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 CNBC가 해리스 캠프 보도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최근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경합주들에서 아시아·하와이·태평양계(AANHPI) 유권자들을 겨냥한 광고를 시작했다. 해리스 캠프가 송출을 위해 9000만 달러(약 1208억원)를 들인 이 광고들은 한국계 채널인 SBS텔레비전코리아를 비롯해 필리핀계 채널인 TFC, 베트남계 채널 혼비엣TV 및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

'더 실(The Seal)'이라고 명명된 한 광고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코로나19를 중국 무술 쿵후와 독감(flu)이라는 단어를 합친 '쿵 플루(kung flu)' 혹은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던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당시 아시아계 미국인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샀던 발언이다. 이어 해리스가 나와 트럼프가 외국인 혐오를 조장한다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마무리 짓는다.

'리듀스드(Reduced)'라고 명명된 또다른 광고는 '오바마케어'로 일컬어지는 의료 지원 정책을 부각시키는 내용으로, 이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의료 보험 미수혜자 수를 63%나 줄였으나 트럼프는 이를 없애기 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리스-월즈 캠프의 앤드류 펑 AANHPI 담당 대변인은 "해리스 부통령은 헬스케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미 2백만명 이상의 AANHPI 고령자들을 위해 인슐린 상한가를 매월 35달러(약 47000원)로 고정시켰다"고 말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전체 유권자의 4%를 차지했던 아시아계 미국인은 아직 목소리가 크지는 못하지만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인구는 2010년 이후 39%나 늘어났고 특히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의 경우, 지난 20년간 아시아계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 보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유색 인종 정치 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 유권자 연합(APIAVote)'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90%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고, 특히 68%는 "절대적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강한 투표 의사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직을 내려 놓기 전 실시한 설문 조사로,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선출됨에 따라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투표 의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해리스는 지난 달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 행사에 참석해 아시아계 공략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반면 공화당은 행사에 한 명의 대표도 보내지 않았다.

이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3분의 2 이상은 혐오 범죄와 괴롭힘 및 차별 등에 대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해리스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이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민주당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