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부채율 낮춰라, 한쪽선 사업 확대하라... LH의 '딜레마'
2024-08-22 18:00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딜레마에 빠졌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를 타개하기 위한 공공주택 확대에 주축 역할을 해야 하는 동시에,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LH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부채비율을 현재 208%에서 완화하는 방안 등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주택 확대에 LH 역할론이 커지고 있어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LH는 기재부에 올해 이사회에서 의결한 '2024~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안)'을 보고하고 부채비율 확대 등 여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국회에 보고할 최종적인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추후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거쳐 9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이한준 LH 사장도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도 공적 역할을 하는 게 공기업의 역할이다. 부채 비율은 정부와 다시 협상해 풀어야 한다고 본다"며 부채비율 완화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발표한 '8·8 부동산 대책'에서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했다. LH는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매입 확약 제공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한다. 또 비아파트 정상화를 위해 LH 등 공공에서 향후 2년간 수도권 신축 빌라·오피스텔를 11만가구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매입 단가 중 70%는 정부가 부담하지만 나머지 30%를 LH가 자부담해야 한다.
수도권 주택 공급과 관련해 핵심 대책으로 꼽히는 3기 신도시 조성 사업뿐 아니라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입 사업, 전세사기 피해 관련 지원 등 국민 주거 안정·복지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에 LH가 관여하고 있다.
결국 LH로서는 사업에 속도를 내자니 부채율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게 되고, 부채율을 줄이자니 공공주택 공급 등 정부의 정책 수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민간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LH가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며 LH가 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공급뿐 아니라 주거 복지 차원에서도 LH의 역할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LH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설립 취지대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역할의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