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직 시민 위해 발로 뛰며 '일 잘하는 서울시의회' 실현할 것"

2024-08-22 06:00
최호정 서울시의장 인터뷰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취임 한 달이 넘어선 지난 1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3선의 오랜 시의원 경험으로 서울시의회를 ‘일 잘하는 의회’로 만들고 생활 현장 속 의회의 역할도 강화해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서울시의회]

“후반기 2년은 오직 시민만을 위해 지방의회 현장력과 상임위 역할·기능을 보강하는 등 일하는 의회의 저력을 강화해 나갈 겁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취임 한 달이 넘어선 지난 1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초선의원일 때, 재선의원일 때 그리고 국민의힘 대표의원일 때 각기 다른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으로 일했다”면서 “그러나 의장은 서울시의회와 의원, 430여 직원 전체의 위상과 명예를 짊어지고 있단 점에서 ‘책임의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9일 제11대 서울시의회가 원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후반기 레이스에 들어갔다. 그 레이스의 선봉장에는 최 의장이 섰다. 최 의장은 초대 시의회가 개원한 1956년 이후 최초의 여성 의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취임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여성 의장 이전에 최 의장은 베테랑 시의원으로 꼽힌다. 전업주부였던 최 의장은 지난 2010년 서초구에서 제8대 서울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2014년과 2022년 서울시의회 선거에서도 당선되며 3선 고지에 올랐다. 전반기 김현기 의장 다음으로 최다선인 셈이다. 

오랜 시의원 경험을 지닌 최 의장은 서울시의회를 ‘일 잘하는 의회’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취임 첫날 의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전문위원실을 찾아가 “모든 책임은 제가 질 테니 소신껏 검토 보고서를 써서 일 잘하는 의회의 면모를 보여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실제 최 의장은 최근 일할 환경 조성을 위한 지방의회 관련 법령·제도 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최 의장은 생활 현장 속 의회의 역할도 한층 강화해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을 약속했다. 한편 이슈의 중심에 있는 'TBS·학생인권조례 폐지안'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뜻을 고수했다. 다음은 최 의장과의 일문일답.

-지방의회의 법령·제도 개선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달 조은희 국회의원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서도 이와 관련한 현안을 건의했는데, 어떤 내용인지.

대한민국의 지방자치 제도가 집행기관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지방의회는 일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회와 정부를 찾아가 지방의회 관련 제도개선 등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우선 서울시 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정책지원관 제도 개선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행법상 지원관 1명이 2명을 돕고 일반직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되다 보니 휴직·면직 시 신속한 인력 충원이 어렵고 정치적 중립 의무로 업무제약도 있어 ‘반쪽 지원관’일 뿐이다. 이에 지원관 1명이 의원 1명을 맡고 일반직 임기제 대신 별정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 광역의회에 없는 국장급(지방직 2·3급) 지위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광역 지방의회는 1·2급 사무처장 아래 국장 없이 4급 담당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업무 통솔에 한계가 있고 4급 이후 승진 기회도 차단돼 인재 유치에도 어려움이 있다.
  
-지방의회 제도 개선은 다른 지방의회와 공동 대응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지.

지방의회 제도 개선 안건은 서울시의회뿐만 아니라 전국 광역의회 발전과 도약을 위한 공동과제라고 생각한다. 큰 이변이 없다면 지방의회 제도 개선 과제가 9월 후반기에 첫 임시회에 올라가는 지방의회 공동 대응 1호 안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방사무에 국회가 개입하는 부분의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지방사무는 자치사무와 국가위임사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가 사무를 다루는 국회가 지방사무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보충성 원칙에 기초해 국가위임사무로 한정돼야 한다.

그럼에도 국회는 자치사무까지 간여하고 있다. 최근 3년 국회에서 서울시에 요구한 자료가 2만7000건이 넘을 정도다. 

국회를 포함한 중앙권력의 자치사무에 대한 부당한 개입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향후 국회 소통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요구하려 한다.

-시의회 의장은 국회의장과 달리 당적을 보유할 수 있는데, 이런 차이가 의장 역할 수행에 영향이 있을지.

당적 유무와 상관없이 의장 직무를 수행할 때는 균형적 입장에서 의회 질서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울시의장은 의회뿐 아니라 천만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시민 뜻을 좌표 삼아 서울 정책을 바꾸고 발전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이때 집행기관과 정부, 국회와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 의장의 당적을 소통 과정을 순탄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당적이 있으면 국회나 정부에 법 개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취지를 알리고 협조를 요청하기에 유리할 거라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이 시의회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를 타개할 방법이 있을지.

시민들이 시의회에 대한 체감이 높지 않은 건 여러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방의회만 할 수 있고, 지방의회가 가장 잘하는 일로 효용성을 입증하는 게 의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 속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며 발로 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시민들로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의장 취임 후 현장민원담당관 설치 검토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민원 해결을 전담하는 현장민원담당관이 시민들의 생활 현장 속에서 의회의 역할을 한층 더 잘할 거란 판단이다.

-'TBS·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시의회와 연관된 예민한 이슈다. 최근 대법원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해 집행정지를 인용했는데, 어떻게 대응할 예정인지.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의 집행정지가 인용됐지만, 인용 결정과 위법성 판단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향후 본안 소송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통과가 상위법령에 저촉되지 않고 적법·타당한 조치였다는 걸 충분히 밝히려 한다. 

또 대체 조례인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는 변동 없이 집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학생 기본권 침해, 구제 청구권 박탈 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문제는 학생인권조례 이외에도 때마다 반복되는 서울교육의 사법화와도 결부돼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포함해 시 교육청이 제기한 집행정지·무효확인 소송이 5건이며,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소송에만 무려 12명의 변호사가 고용됐다.

이 같은 ‘기승전 법원’ 관행을 바로잡고 소송 비용에 막대한 혈세를 쓰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TBS 지원 조례안 폐지로 TBS에서 긴급 재정 지원을 호소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TBS와 관련한 새로운 조례안 검토 등을 하고 있는지.

현재 상황에서 TBS를 위한 새로운 조례안 검토나 재협의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아시다시피 TBS 출연금 지원 근거가 되는 조례 폐지안이 이미 2022년 11월에 결정됐고, 심지어 중간에 5개월을 유예했다. 

결국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서울시가 한 게 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상황상 TBS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서울시 의지가 없다고 보고, 뒤늦게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도 의문이다.

행정안전부에 TBS의 출연기관 지정 해제를 요청했지만 최근 해제 대상에서 제외돼, 서울시가 조속히 출연기관 지정 해제와 관련한 준비를 마치고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TBS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상 첫 여성 서울시의장의 의미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여성의 정치 참여가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으로 오랜 기간 국민의힘 서울시당 여성위원장 자리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관문을 넓히려는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 특히 여성으로 다선의원이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직접 느껴 알고 있다.

그런 내가 3선 의원을 넘어 최초 여성 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어깨가 매우 무겁다. 카멀라 해리스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이 사무실의 첫 여성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란 각오를 밝힌 것처럼 나 역시 여성 의장의 마지막은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