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군민, 또다시 희생 강요에 "물 쓰려면 물값 내라"

2024-08-20 13:58

 
지난 13일 화천군 간동면 파로호 선착장에서 화천댐 용수 공급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사진=박종석 기자]

최근 정부가 강원 화천군에 있는 화천댐의 용수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화천군민들은 자신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한다며 “이제는 물값을 내고 써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팔순이 훨씬 넘은 인제야 화천댐의 진실을 알았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화원 화천군노인회장의 말이다. 화천군민들은 이 회장의 말처럼 70년 동안 자신들의 피해와 고통을 외면당하고 지냈다. 더욱이 정부는 화천댐 용수의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공급 계획도 일방적으로 결정해 다시 한번 이들을 무시했다.
 
이에 화천군과 화천군의회, 그리고 군새마을회, 군재향군인회, 군노인회등 40여개 사회단체들은 “더 이상 화천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화천댐 물 쓰려면 피해액을 보전하라”고 반발했다.
 
지난 13일 화천군 간동면 파로호 선착장에서 최문순 화천군수가 화천댐 용수의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일방적 공급 결정에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종석 기자]

 
특히 최문순 화천군수는 정부의 이번 계획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최 군수는 지난 13일 파로호선착장에서 열린 화천댐 용수 사용 반대 기자회견에서 차라리 반도체 산업단지를 화천에 조성하라고 요구했다. 화천발전소와 10억톤의 화천댐 용수가 있는 화천지역이 반도체 산업단지에 최적지라는 이유에서다.
 
화천댐은 1944년에 완공된 발전 전용 댐으로 북한강 최상류에 있다. 높이는 81.5m, 제방 길이는 435m, 총저수용량은 10억1800만톤으로 시설 발전 용량은 10만8000㎾이다. 댐의 완성으로 인공호수 파로호가 생겼고 이 일대의 곡저평야가 거의 수몰됐다.
 
올해 강원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54년부터 2022년까지 69년 동안 화천댐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3조 3359억원에 달한다. 이는 연평균 480억원이 넘는다. 또 7.91㎢에 달하는 농경지와 266동의 가옥이 수몰돼 1400여명의 이주 주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때 수몰된 도로도 60㎞에 달해 간동면과 화천읍의 산간마을은 지금도 고립돼 있다.
화천댐 전경[사진=화천군]

 
사실 화천댐으로 인한 피해는 오랜 기간 축적돼왔다. 하지만 합리적인 보상도 없이 수원지에만 댐 건설에 따른 피해를 오롯이 떠넘기고 있다. 화천군은 이러한 피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화천군은 현행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의 발전수입금 6%, 추후 용인 산업단지에 공업용수로 활용되면 지금까지 지원받지 못했던 다목적 댐에 지원하는 용수 수입금의 20% 추가편성 등도 꼭 필요한 대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의 나라’ 화천군. 그러나 상수도 보급률은 전국 군 단위 지자체 중 최하위권인 68.1%이다. 여기에 2027년부터 통합 상수도 시설공사를 위해 총 894억원을 지방비로 충당해야 할 처지다. 물은 많지만, 수자원 이용을 위한 기반 조성 예산이 부족해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내 대표적 댐 소재지가 화천군이다.
 
정부는 용인에 500조원의 재원으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해 2035년부터 하루 60만톤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팔당취수지에서 60만톤의 물을 용인 산업단지에 공급하려면 화천댐에서 하루에 190만톤의 물을 방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엄청난 규모의 물을 상시 방류하는 정책을 결정하는데 화천군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 화천군민이 이런 불합리한 물 관리 정책에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이들이 또다시 무시당하지 않도록 정부의 소통 노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