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과학기술 대혁신…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려면
2024-08-21 00:30
지금 한국은 과학기술 대혁신의 기회를 맞이했다. 우선 과학기술 행정체계가 막강하게 갖춰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행정사상 유래없는 5차관 체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차관(과학기술정책), 2차관(정보통신정책), 과학기술혁신본부장(정부과학기술예산 총괄)과 산하의 우주항공청(우주정책, 2024년 5월 27일 설립) 청장 그리고 대통령비서실의 과학기술수석비서관(2024년 1월 25일)이다. 신설된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4명의 비서관을 거느린다. 이 비서관들은 연구개발(R&D) 정책, 디지털 정책, 바이오 메디컬 정책, 미래전략기술정책을 각각 맡는다. 지금까지 1인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임명되어 주로 경제수석 밑에서 일을 해온 것과 비교하면 최대의 조직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내년도(2025년) 예산이 올해 대폭 삭감되기 전인 2023년도의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는 역대정부에서는 급속확대에 누구도 손을 못 대는 성역이었다. 예컨대 2014년 17조7000억원에서 2023년 31조1000억원으로 줄곧 늘었다. 최근 10년간 약 175% 증액된 것이다. 이러던 것이 2024년도에 2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15% 삭감된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전략은 더욱 든든하게 짜졌다. 정책의 추진과 진보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행정의 일사분란한 집행에 달려있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계 민심의 회복이 급선무다. 과학기술계의 불만과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 세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올해 예산삭감 과정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이래야 정부 연구개발 예산삭감과 관련한 일부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고, 연구현장을 중심으로 일을 한다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양적·질적으로 국가연구개발 역량을 높여온 게 사실이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세계 최초의 5G(5세대 통신망) 상용화, 과학 인프라경쟁력 세계 1위(2024년 스위스 IMD), 과학기술 논문 발표 연평균 5.8% 증가, 국제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2021년 기준) 등 괄목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투자 효율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연구성과의 민간활용이 미흡하다, 사업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실제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투자 전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세계 5위임에도 불구하고 선도국과 기술격차가 여전하며 후발국의 도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도 기술력을 보유한 영역은 줄어들었고, 연구의 질적 수준은 정체된 채 과학경쟁력이 기술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꺼낸 것이 투자혁신책이다. 정부는 “R&D 구조전환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과감한 혁신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R&D예산의 혁신을 통해 국가 재도약과 신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이를 정부는 ‘선도형 R&D 전환’이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R&D 투자 시스템의 4대 혁신을 추진했다. 도전적·혁신적 연구, 글로벌 혁신, 연구생테계, 전략기술 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러한 전환은 모두 ‘글로벌 R&D 추진 전략’에 수렴토록 했다.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다.
정책의 성패는 타이밍과 수순에 달려있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뒤처럼 같이 가야한다. 주지하듯이 정부의 R&D 구조전환이 대학·출연연구기관·기업 등 연구현장에 혼란은 준 것은 타이밍과 수순이 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맞선다. 이 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설명부족을 지적하는 편이 많다. 정책설명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디테일’에 해당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디테일이 전체를 그릇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점에서 신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연구현장과의 소통을 취임 일성으로 들고 나온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소통방식은 지침과 통보의 시대에서 설득과 납득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공동 참여·기획의 시대로 변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둘째, 세계의 거시적 조류를 파악하면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해 대처해나가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 대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 나라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 ‘신중하고 대담한 정부’를 국시(國是)처럼 여기고 있는 싱가포르를 보면 좋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8일 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큰 폭의 리셋(reset)이 필요하다”며 국가 정책과 더불어 국민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독립기념일 연설은 싱가포르 총리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연설로 꼽히며, 지난 5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다.
웡 총리는 싱가포르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에 대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되는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상호 의심과 불신은 계속될 것"이라며 자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자국 내로 생산기지를 회귀하는 움직임과 중국 및 신흥국의 부상을 언급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새로운 인프라,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소국인 싱가포르는 그동안 연구개발과 혁신의 선진적인 거점이 되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웡 총리는 연설에서 국내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며 “몇 년에 한 번씩 규제와 프로세스를 철저히 검토하고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웡 총리는 구체적인 내정 정책에 대해 경제, 가정, 주택, 주택, 교육 등 4개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및 격차 문제 대응이 시급한 상황으로, 2023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속보치)이 0.97%로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에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육아휴직 제도 확대와 우수 자녀 교육 지원 제도 개편 등을 새롭게 제안했다.
웡 총리는 연설에서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시대에 맞는 웡 총리다운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웡 총리의 정책 방향과 함께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왜 최근 줄지어 싱가포르에 몰려가 바이오 헬스 연구소,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첨단 연구개발 허브를 구축하고 있는 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술패권을 노리는 미국이 대외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하는 패턴을 잘 분석해 ‘K-U(한미) 기술동맹’을 굳건히 하는 일이다.
미국은 주요 우방국들과 거의 비슷하게 중요 신흥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위한 정부간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정부간 대화를 통해 미국과 당사국은 책임감 있는 혁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촉진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고, 개방적이며, 접근 가능하고, 안전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등등의 약속을 확인한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들은 이런 기술 협력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우방국가들이 인공지능(AI)의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에 생성형 AI를 포함하도록 하면서 국제 규칙의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와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원하는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한다는 표현을 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공동게놈연구소(JGI)는 미생물 유전체학과 천연물 연구에 관한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우방국가들과 국방혁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정보과학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양자 프로그램을 통해 양자통신, 컴퓨팅, 센싱 연구개발 및 산업화 협력과 인력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과학기술 협력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까. 과학기술에 관한 한 어느 분야에서는 한국이 여러나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글로벌 R&D전략의 기본이다. 정부가 AI·첨단바이오·양자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중 국 다음의 G3로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이제부터 빠른 속도로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야 한다.
넷째, 한국의 미래 디자인(Future Design)을 짜야한다. 미래 디자인이란 미래 세대가 현재의 정책 결정에 의사를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현 세대가 미래 가능성(장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 세대의 이익을 위한 사고와 행동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 행정체계 강화와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의 재정비로 과학기술 혁신의 기회를 맞이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최상의 기회를 서둘러 실천에 옮긴다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그 다음은 내년도(2025년) 예산이 올해 대폭 삭감되기 전인 2023년도의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는 역대정부에서는 급속확대에 누구도 손을 못 대는 성역이었다. 예컨대 2014년 17조7000억원에서 2023년 31조1000억원으로 줄곧 늘었다. 최근 10년간 약 175% 증액된 것이다. 이러던 것이 2024년도에 2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15% 삭감된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전략은 더욱 든든하게 짜졌다. 정책의 추진과 진보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행정의 일사분란한 집행에 달려있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계 민심의 회복이 급선무다. 과학기술계의 불만과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 세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올해 예산삭감 과정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이래야 정부 연구개발 예산삭감과 관련한 일부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고, 연구현장을 중심으로 일을 한다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양적·질적으로 국가연구개발 역량을 높여온 게 사실이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세계 최초의 5G(5세대 통신망) 상용화, 과학 인프라경쟁력 세계 1위(2024년 스위스 IMD), 과학기술 논문 발표 연평균 5.8% 증가, 국제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2021년 기준) 등 괄목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투자 효율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연구성과의 민간활용이 미흡하다, 사업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실제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투자 전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세계 5위임에도 불구하고 선도국과 기술격차가 여전하며 후발국의 도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도 기술력을 보유한 영역은 줄어들었고, 연구의 질적 수준은 정체된 채 과학경쟁력이 기술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꺼낸 것이 투자혁신책이다. 정부는 “R&D 구조전환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과감한 혁신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R&D예산의 혁신을 통해 국가 재도약과 신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이를 정부는 ‘선도형 R&D 전환’이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R&D 투자 시스템의 4대 혁신을 추진했다. 도전적·혁신적 연구, 글로벌 혁신, 연구생테계, 전략기술 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러한 전환은 모두 ‘글로벌 R&D 추진 전략’에 수렴토록 했다.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다.
정책의 성패는 타이밍과 수순에 달려있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뒤처럼 같이 가야한다. 주지하듯이 정부의 R&D 구조전환이 대학·출연연구기관·기업 등 연구현장에 혼란은 준 것은 타이밍과 수순이 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맞선다. 이 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설명부족을 지적하는 편이 많다. 정책설명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디테일’에 해당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디테일이 전체를 그릇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점에서 신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연구현장과의 소통을 취임 일성으로 들고 나온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소통방식은 지침과 통보의 시대에서 설득과 납득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공동 참여·기획의 시대로 변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둘째, 세계의 거시적 조류를 파악하면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해 대처해나가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 대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 나라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 ‘신중하고 대담한 정부’를 국시(國是)처럼 여기고 있는 싱가포르를 보면 좋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8일 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큰 폭의 리셋(reset)이 필요하다”며 국가 정책과 더불어 국민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독립기념일 연설은 싱가포르 총리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연설로 꼽히며, 지난 5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다.
웡 총리는 싱가포르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에 대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되는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상호 의심과 불신은 계속될 것"이라며 자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자국 내로 생산기지를 회귀하는 움직임과 중국 및 신흥국의 부상을 언급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새로운 인프라,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소국인 싱가포르는 그동안 연구개발과 혁신의 선진적인 거점이 되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웡 총리는 연설에서 국내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며 “몇 년에 한 번씩 규제와 프로세스를 철저히 검토하고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웡 총리는 구체적인 내정 정책에 대해 경제, 가정, 주택, 주택, 교육 등 4개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및 격차 문제 대응이 시급한 상황으로, 2023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속보치)이 0.97%로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에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육아휴직 제도 확대와 우수 자녀 교육 지원 제도 개편 등을 새롭게 제안했다.
웡 총리는 연설에서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시대에 맞는 웡 총리다운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웡 총리의 정책 방향과 함께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왜 최근 줄지어 싱가포르에 몰려가 바이오 헬스 연구소,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첨단 연구개발 허브를 구축하고 있는 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술패권을 노리는 미국이 대외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하는 패턴을 잘 분석해 ‘K-U(한미) 기술동맹’을 굳건히 하는 일이다.
미국은 주요 우방국들과 거의 비슷하게 중요 신흥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위한 정부간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정부간 대화를 통해 미국과 당사국은 책임감 있는 혁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촉진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고, 개방적이며, 접근 가능하고, 안전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등등의 약속을 확인한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들은 이런 기술 협력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우방국가들이 인공지능(AI)의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에 생성형 AI를 포함하도록 하면서 국제 규칙의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와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원하는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한다는 표현을 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공동게놈연구소(JGI)는 미생물 유전체학과 천연물 연구에 관한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우방국가들과 국방혁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정보과학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양자 프로그램을 통해 양자통신, 컴퓨팅, 센싱 연구개발 및 산업화 협력과 인력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과학기술 협력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까. 과학기술에 관한 한 어느 분야에서는 한국이 여러나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글로벌 R&D전략의 기본이다. 정부가 AI·첨단바이오·양자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중 국 다음의 G3로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이제부터 빠른 속도로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야 한다.
넷째, 한국의 미래 디자인(Future Design)을 짜야한다. 미래 디자인이란 미래 세대가 현재의 정책 결정에 의사를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현 세대가 미래 가능성(장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 세대의 이익을 위한 사고와 행동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 행정체계 강화와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의 재정비로 과학기술 혁신의 기회를 맞이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최상의 기회를 서둘러 실천에 옮긴다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