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교토국제고, 3년만에 日고시엔 4강 '쾌거'

2024-08-19 18:02

19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전 진출을 확정한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에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사진=교도·연합뉴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甲子園, 갑자원)'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2021년 이후 3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19일 일본 NHK, 교토신문 등에 따르면 교토국제고는 이날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8강전에서 나라현 대표인 지벤고교를 4-0으로 제압했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경기에서 4회 말에 연속 안타로 2점을 뽑아냈고 5회 말에도 1점을 추가했다. 이후 7회 말에 상대팀의 에러를 틈타 1점을 보태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날 경기의 스타는 2학년 좌완 투수 니시무라 카즈키로, 그는 상대팀 타선을 9회 동안 산발 6안타로 막아내며 완봉승을 거두었다. 

특히 상대팀인 지벤고교는 3년전 4강에서 교토국제고에게 패배를 안겼던 팀인 만큼 당시 패배를 설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토국제고가 4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4강전은 오는 21일 진행된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승리해서 기쁘다"며 "학생들은 매 경기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야구를 통해 학교 발전과 동포 사회가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 기쁘다"고 전했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한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가 설립한 한국계 민족학교로, 개교 후 꾸준히 발전해온 가운데 2004년 일본 정부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중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개교했다. 교토국제고 야구팀은 매 경기 한국어로 된 교가를 부르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있다.

특히 8강전 승리 후에는 선수들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로 시작되는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중계되기도 했다.

1915년 시작돼 올해로 106회를 맞은 여름 고시엔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로, 현지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대회'로 통한다. 올해는 일본 전역 3715개 학교 가운데 지역 예선을 거쳐 49개 학교가 본선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