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설문조사] 동결 '7' VS 인하 '3'..."시장 앞서간다"던 이창용 입 주목

2024-08-16 05:00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 대상 8월 금통위 설문조사
'10월 첫 인하·연말 3.25%' 대세…선제 인하 목소리도
물가·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이창용 총재 입 주목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한국은행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 다수는 8월 동결, 10월 인하에 방점을 찍었지만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 8월 인하 전망에도 부쩍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시장이 앞서나간다"고 강조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이 총재의 발언 기조 변화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동결을 택하더라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점쳐볼 가늠자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미 시장금리는 7월 금통위 이후 더 떨어져 세 차례 가량의 인하분을 반영하고 있다.

15일 아주경제신문이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명은 동결, 3명은 인하를 점쳤다.

동결을 주장한 전문가 대다수는 10월 첫 인하를 전망했고 이에 앞선 8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1~2명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 금리 수준의 경우 6명은 1회 인하, 3.25%를 예상했다. 나머지 4명은 2회 인하해 3.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10월 첫 인하·연말 3.25%'가 대세
10월 첫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전문가들은 금융 안정과 역대급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차에 집중했다. 7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물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당시보다 금융 안정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 없다는 게 이유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5조5000억원 또 늘어 112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부담은 미국과 금리 폭이 2.0%포인트나 되는 것이며 금융 안정 측면에서 보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7월 금통위에서 3개월 내 금리 인하를 제시하는 금통위원이 있어 소수 의견 1명 정도 나오는 게 현실적이지만 만장일치 동결을 한다고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며 그만큼 시장에 강하게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물가안정은 확인되고 있으나 경기 측면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성이 낮고 금융 안정 측면을 여전히 고려할 필요성이 높아 금리 동결 의견 우위를 예상한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때문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맞는 상황이지만 한은은 가계부채나 부동산을 핑계로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보다 먼저 인하해서 만약 금융 상황이 불안정해지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한은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월은 늦다"···8월 선제적 인하 목소리↑
반면 한은이 금리 인하를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0.2%)한 데 이어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어 내수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8월 인하 및 올 연말 3.0%를 예상한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높인 게 7월 금통위였고 이후 내수 부진을 데이터로 확인했으니 금리 인하 명분이 충분히 충족됐다고 본다"며 "연준의 9월 인하가 확실시되고 인하폭에 대한 시장 기대가 조절 중인데 이를 놓고 보면 8월에 앞당겨 인하해도 한은 입장에선 부담이 없다"고 분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도 "8월 인하가 베스트 시나리오"라며 "7월 금통위 이후 바뀐 경기와 물가 여건을 감안하면 10월 인하는 너무 늦다"고 말했다. 이어 "10월엔 내수 뿐만 아니라 IT섹터의 피크아웃 이야기가 나오면서 수출도 둔화되는 그림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장기간에 걸친 고금리로 인한 경제 주체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데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연준이 사실상 9월 인하 개시를 시사하는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사실도 인하를 예상하는 논거"라고 말했다.
물가·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도 주목
동일한 맥락에서 같은 날 발표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내수 부진과 반도체 수출 전망에 대한 재평가로 전망치가 조정된다면 금리 인하의 포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와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이미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춘 상태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각각 2.5%, 2.6%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춰잡은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2분기 성장률이 역성장한 것처럼 내수는 계속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출이 상쇄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되돌려질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하반기 내수 탄력 회복이 언급되고 있지만 자영업자 중심으로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고 내수 부진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 연구위원은 "8월 소비자물가의 경우 공공요금을 올려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물가성장률을 낮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7월까지의 실측치와 유가 수준, 농산물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연간 물가상승률은 2.5%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앞서 나간다"던 이창용 총재 입 주목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꼽는 이번 금통위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기조 변화 여부다. 이 총재는 국고 3년 금리가 3.1%대에서 등락하던 지난달 금통위 에서 '시장이 앞서간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시장 금리는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더 빠졌다. 지난 1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 최종호가 수익률은 2.888%다. 연 3.5%인 기준금리와 비교했을 때 기준금리 3차례 가량 인하 분을 반영한 수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최대 3차례 인하 기대까지 반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한은이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연구원은 "이 총재가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내려가 있다'고 했지만 이후에 시장 금리는 더 빠진 상황"이라며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하라든지 시장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안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