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둔화에 빚내기 꺼린다...7월 신규대출 15년來 최저

2024-08-14 14:53
전월比 88% 급감...가계, 빚 내는 대신 갚아
기업 대출 수요 둔화...추가 금리인하 기대도

중국 인민은행 베이징 본관 전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월간 대출 규모가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기업은 물론 가계들이 부채를 늘리는 것에 대해 더욱 신중해졌다는 분석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인민은행이 이날 공개한 1~7월 누적 수치를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 7월 신규 위안화 대출이 2600억위안(약 4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달(2조1300억위안) 대비 88% 급감한 수준으로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4500억위안도 크게 밑돌았다.

인민은행은 통상 신규 위안화 대출 규모를 월별로 공개하지만, 이번에는 1~7월 누적 수치만 공개했다. 중국은 경제지표가 악화하면 월간 수치 대신 누적 수치를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 

부문별로 보면 신규 가계 대출이 전월 대비 2100억위안 감소했다. 가계 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올해 세 번째다. 이는 가계가 낸 빚보다 갚은 빚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가계의 대출 수요 약화는 신규 부동산 판매가 장기적으로 침체되고 소비가 부진함을 시사한다”면서 "불확실한 고용 및 소득 전망을 고려할 때 재정적으로 제약이 있는 가계는 레버리지 추가를 주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대출 수요도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신규 기업 대출은 1300위안을 기록했다. 6월(1조6300억위안) 대비 크게 둔화한 것이다. 금융기관 대출을 제외한 위안화 대출은 전월 대비 770억위안(약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대출 증가가 둔화한 데는 저리 대출을 받아 고수익 예금에 예치하는 기업 관행에 대한 단속에 더해 계절적인 수요 감소 등이 일부 작용했다. 7월은 은행들이 분기별 대출 목표 달성에 쫓기지 않기 때문에 대출 수요의 전통적 비수기다. 다만 인민은행이 지난달 말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대출 수요 자극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침체 우려가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를 덮어버린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에서 중국 가계와 기업들이 부채 증가에 대해 지속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시장은 추가 통화 완화 정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싱가포르계 투자은행 UOB 차이나의 저우스레이 글로벌 금융시장부 부장은 "이전 금리 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2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5년·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각각 0.1%포인트 낮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