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갔던 개인, 국내 증시 돌아왔지만…반도체만 소폭 회복

2024-08-14 04:54
미국 주식 보관 금액 10조원 줄어…5조원은 코스피·코스닥, 나머지 5조원은 대기자금

코스피가 13일 0.12% 상승한 2620대에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8월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미국에서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한 뒤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국내 증시에 쏟아부었다. 급락했던 증시도 일부 반등했지만 낙폭이 컸던 반도체주, 일부 테마주에만 자금이 몰려 시장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지난달 말 882억2657만 달러(약 120조8969억원)에서 지난 9일 기준 806억9620만 달러(약 110조5457억원)로 10조원가량 줄었다. 불과 7거래일 만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미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보관 규모가 가장 컸던 테슬라는 지난 9일 보관 금액이 117억9576만 달러(약 16조1567억원)로 전월 말보다 13.53% 감소했다. 엔비디아는 11.38% 줄었고 애플은 5.72%, 마이크로소프트는 4.21% 감소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보통주인 알파벳A 보관 금액도 6.11% 줄었다.

같은 기간 해당 종목 주가 하락 폭보다 보관 금액 감소 폭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매수는 줄고 보유 주식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이달 미국 시장에서 국내 투자자 순매수 상위 목록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사라진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유일하게 산 종목이 테슬라(564억원)였고 나머지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이다. 

미국에서 회수한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은 국내 증시에 투입됐다.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2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낙폭이 컸던 2일과 5일 각각 2조261억원, 1조7989억원어치를 사면서 저점 매수에 나섰다. 닷컴 버블 붕괴, 코로나19 팬데믹 등 과거 사례를 볼 때 폭락장은 '매수 기회'라는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5조원도 대기성 자금으로 국내 증시에 남아 있다. 지난 5일 투자자예탁금은 59조487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5조6197억원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이 59조원대를 기록한 건 올해 초(1월 2일·59조4949억원)와 4월 1일(59조6299억원) 이후 처음이다.

모처럼 미국 증시로 떠났던 대규모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돼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하고 있다. 5조원에 달하는 자금 대다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한 반도체 등 전자 업종을 받아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코스피 지수도 2620선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개인투자자들의 동학개미운동 당시에는 저평가돼 있는 기업 대다수에 골고루 매수세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가장 크게 급락했던 반도체주 위주로 담고 있어 시장 영향력은 상당히 작은 수준"이라며 "증시 반등을 위해서는 반도체 업종 추가 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