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전세사기 특별법, 여야간 협치의 선례를 이어가야

2024-08-14 06:00
이규섭 법무법인 유준 파트너변호사

 
이규섭 법무법인 유준 파트너변호사

최근 몇 년간 주거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전세사기 문제일 것이다. 소위 ‘세 모녀 사건’을 비롯해 ‘빌라왕’ ‘건축왕’ 등의 사기행각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여야를 막론한 협치를 통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 후로 1년 2개월 동안 2만여 명의 피해자를 결정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다가구주택 거주자, 신탁사기 피해자 등 기존 대책으로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돼 왔다.
 
이러한 피해 회복에 대한 요구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피해자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과정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야당에서는 피해자들의 임차보증금 채권을 공공이 매입해 현금성으로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여당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피해 주택 매입을 활성화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야당과 정부·여당 간 의견 차이로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 지원 대책이 법제화되지 못했으나 최근 22대 국회에서는 사뭇 분위기가 반전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8건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정이 제출한 대안을 중심으로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기존 매입임대 제도를 보완한 대안을 제시했고, 야당에서도 이러한 정부와 여당 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대안의 골자는 경·공매를 통한 피해주택 매입을 활성화하고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경매차익을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로 활용해 피해자들이 추가 부담 없이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피해주택의 공공임대주택 전환’이다.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대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제시한 방안에서 더 구체적인 대책이 담겼다고 평가받고 있다. 피해주택의 공공임대주택 전환을 통한 피해 구제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피해자가 임대주택 거주를 원하지 않을 때에는 남은 경매차익을 일시에 지급해 보증금 손해 중 일부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아울러 기존에 피해주택으로 매입하기 어려웠던 다가구주택이나 신탁사기 피해주택, 위반 건축물도 매입할 수 있게 해 피해주택 매입 범위를 넓혔으며, 피해자의 필요에 따라 피해주택 외 다른 민간주택을 임차한 후 재임대하는 형태의 ‘전세임대 제도’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다만 당정 안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갈수록 전세사기 수법이 치밀해지고 교활해지면서 피해 사례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모든 피해자들을 한번에 구제할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을 법제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선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신속하게 법제화해 피해자들의 아픔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최근 여야 지도부 간에도 민생 법안을 중심으로 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8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도 빠져서는 안 된다. 지난해 5월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 마련한 합의안을 바탕으로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했던 선례를 기억하고, 이번 국회에서도 민생을 위한 협치를 이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