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뉴라이트 아냐, 광복회 마녀사냥"…독립기념관은 광복절 경축식 취소

2024-08-12 17:03
"광복회 원한다면 토론회 통해 주장 전할 것…사퇴 안해"
"정부에서 건국절 제정 추진한다면 역사학자 양심 걸고 반대"
"일제 식민지 옹호한 적 없어…근거 가져와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뉴라이트 성향 논란 관련 기자회견 중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12일 자신을 둘러싼 '뉴라이트'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자진사퇴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광복회와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 등은 김 관장이 '1948년 건국설' 등을 주장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 기념식 등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며 "수많은 강연과 수백편의 글을 통해 독립정신 선양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에 대한민국 건국론에 관한 저의 생각이 광복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며 "나의 주장이 잘못됐다면 학문적으로 지적하면 되는데, 마치 중세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서 화형에 처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 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관장은 논란의 중심인 '건국절 제정'에 대해선 "<끝나야 할 역사전쟁>이라는 제가 작성한 책을 보면 건국절 제정하시는 분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 여당, 대통령실에서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다면 역사학자의 양심을 걸고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제의 식민지를 옹호한 적도 없다. 제가 쓴 책을 비롯해서 근거 하나라도 가져와 보라"며 "일제 강점을 아주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그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복회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관장은 '광복'과 '건국' 중 뭐가 더 중요하냐는 질의에 "건국이라는 것은 독립운동의 완성으로 된 게 건국이다. 그래서 동일한 개념"이라며 "이건 제 생각이면서 제헌국회의원들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1945년 일제 해방이 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혁신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6당은 공동으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광복회는 올해 광복절 기념식을 독립운동 단체연합과 함께 백범기념관에서 자체적으로 거행할 방침이다. 광복회가 1965년 창립 이후 정부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하고 "대통령실 수석이 비공개로 건국절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전했지만, 이 논란이 자꾸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며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믿을 수 있도록 인사 철회라는 공식적인 행동을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 독립기념관 광복절 경축식이 1987년 개관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지 않는다. 독립기념관은 이날 "오는 15일 오전 10시부터 겨레의 집 일대에서 독립운동가 후손과 참가를 희망한 100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 예정이던 '광복절 경축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취임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고 취임해서 그 사안에 대해서 어떤 대처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독립기념관 노동조합은 성명에서 "김 관장이 광복절 경축식을 별안간 취소해 많은 국민에게 당혹감과 실망을 줬다"며 김 관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