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플랫폼] 너도나도 이커머스 플랫폼...치열한 경쟁 속 이면은

2024-08-11 16:27
국내 이커머스, 오픈마켓 구조...과열된 경쟁으로 적자 구조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7월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내부에서 피해자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4.07.26[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 수년간 국내 유통시장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대전환을 겪었다. 최근 몇 년 사이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이커머스가 급성장했으나, 업계 전반에 과열된 경쟁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그간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은 물론 기존 유통 공룡들까지 대거 참전하며 치열한 경쟁이 장기화했기 때문이다. 패권 다툼으로 과도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정착됐고 기업들의 만성 적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이커머스 시장 내 출혈 경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하위 기업부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대다수 이커머스 사업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를 비롯한 국내 대다수 이커머스 플랫폼은 사실상 다수의 개인 판매자가 자유롭게 자기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장터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잘 알고 있는 쿠팡, G마켓, 11번가 등 모두 오픈마켓이다.
 
오픈마켓 운영은 플랫폼만 열어 놓으면 되기 때문에 초기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대기업뿐만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까지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존 소셜커머스 업체의 오픈마켓 전환, 대기업의 인수합병 등 요소가 출혈 경쟁을 심화한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커머스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쿠팡은 티몬·위메프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전자상거래에 접목한 소셜커머스 업체로 시작했다. 이른바 ‘소셜커머스 3대장’으로 불렸던 이유다. 그러나 쿠팡·티몬·위메프가 오픈마켓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4년 쿠팡이 오픈마켓으로 전환했다. 티몬과 위메프도 각각 2016년과 2017년에 오픈마켓으로 업종을 바꿨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신세계그룹은 2019년 SSG닷컴을 설립했다. 또 2021년 G마켓·옥션 등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1%를 인수해 ‘신세계 유니버스’를 완성했다.
 
롯데는 2020년 롯데온을 출범시키며 롯데 계열사의 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 7개 유통사를 하나로 합친 유통사업군 통합 이커머스를 선보였다.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기업 큐텐은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 4위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큐텐의 재무 건전성은 이와 반대로 티몬을 인수하기 전 3년 내리 적자를 기록한 부실기업이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으로 경쟁을 시도했다가 결국 위기를 맞이했다.
 
너도나도 이런 방식으로 경쟁에 참여하다 보니 더 많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할인 쿠폰과 같은 출혈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티몬·위메프가 무너진 이유 중 하나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도하게 할인 쿠폰을 제공했던 것이 거론됐다. 상품을 많이 팔아도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이다.
 
문제는 국내 업체 간 경쟁도 과열됐지만,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공세까지 펼쳐지는 상황이다. 초저가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시장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안전성 우려, 짝퉁 문제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발 해외직구는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발 해외직구가 전체 해외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상반기 64.0%에서 올해 상반기 72.0%로 성장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재무 건전성이 좋은 기업 위주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