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도 결혼 가능" 법안에 이라크 여성계 반발
2024-08-10 16:32
이라크에서 9살 소녀도 결혼할 수 있게 하는 법안 개정이 추진됨에 따라 여성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이 법안이 아동 강간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비판하면서 전국적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주 이라크 의회는 결혼과 이혼, 자녀 양육 등 가족 문제를 종교 당국이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법안 개정안이 1차 심의를 통과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는 인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여성들이 결혼과 같은 선택을 함에 있어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1959년 도입된 개인 지위법에 따라 18세 미만의 결혼을 금지했다. 사법부가 가족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청소년의 결혼 가능 여부를 결정해 왔다.
개정안은 사법부를 대신해 종교 당국이 이런 결정을 하도록 한 것이다. 여성계는 사법 당국 판단 없이 종교 지도자가 결혼을 허가한다면 9살 정도 되는 어린 소녀도 강제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라크에 기반을 둔 아만여성연합의 공동 설립자 나디아 마흐무드는 가디언에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여성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고, 정치 세력들은 이런 상황이 자신들의 권력과 지위를 위협한다고 보고 억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이슬람 시아파가 정치 체제를 장악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여성의 28%가 18세 전에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