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묶인 채 사망한 양재웅 병원, 인권위 조사 받는다

2024-08-08 11:31

방송인 겸 부천더블유진병원장 양재웅 [사진=양재웅 SNS]

방송인 겸 정신과 의사 양재웅씨가 병원장으로 있는 부천더블유진병원에서 입원 환자가 폐쇄병동에서 사망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달 중 병원과 양 병원장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7일 한겨레에 따르면, 인권위는 부천더블유진병원 환자 사망 사건 관련 피해자의 각종 진료 기록과 CCTV 영상 등을 확보한 상태로, 8월 중 현장조사를 남겨두고 있다.

인권위는 현장조사를 통해 피진정인 양 병원장을 비롯해 참고인 등과 면담하고 진료기록 등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살펴본 뒤 본격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7일 오전 3시 30분께 양 병원장의 병원에서 여성 A씨(33)가 숨졌다. A씨가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이 병원에 입원한 지 17일 만에 숨진 것이다. 

사인은 장폐색으로 추정됐는데, 사건이 알려지면서 공개된 병원 CCTV 영상에서는 1인실에 입원한 A씨가 배를 움켜쥐고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담겼다. 장폐색은 장이 부분적이거나 완전히 막혀 음식물, 소화액, 가스 등의 장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A씨가 밤 늦게까지 문을 두드리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가 약을 먹인 뒤 그를 침대에 결박했다. 이어 A씨는 다음날 새벽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입원 시와 비교할 때 환자 배가 심하게 부풀었는데도 병원 소속 내과 의사의 진료는 물론 다른 병원 치료도 못 받았다"며 "누가 봐도 배가 이상한데 (다른) 병원에 데려가야 할 걸 죽을 때까지 1인실에 묶어놓고 약만 먹였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족들은 의료진을 형사 고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고 형과 함께 자체 유튜브 채널을 진행해 대중에게 알려진 양 병원장은 사건 발생 두 달여간 유족들을 피해 다니다가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7월 말 자신의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뒤늦게 사과했다.

유족은 "병원장이 아닌 연예인으로서 언론 플레이를 하느냐"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이어트 약물 중독으로 입원하게 된 A씨의 경과기록지를 보면 입원 첫날 그가 복용한 약은 페리돌정 5㎎, 아티반정 1㎎, 리스펠돈정 2㎎, 쿠아틴정 100㎎, 쿠에틴서방정 200㎎으로 드러났다.

이를 본 한 전문의는 "(의료진이) 하나의 약으로는 충분한 진정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대부분 항정신성·향정신성 약물이고, 특히 리스펠돈은 고역가(단위 밀리그램당 강한 효과)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약을 섞어 주사를 만들면 코끼리조차 쓰러뜨릴 정도의 '코끼리 주사'가 만들어지는데, 그만큼 강력한 약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부작용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재웅 병원장은 환자 사망 4일 뒤 공개 연인인 가수 겸 배우 하니와의 결혼을 발표를 하며 행복을 표현한 것이 뒤늦게 밝혀지며 비난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