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권오갑의 '리밸런싱' 7년, 불황 없는 HD현대로 성장…올해도 역대급 실적 예고
2024-08-07 05:00
HD현대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66.4% 증가한 1조6734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까지 조선·정유 중심의 기업을 대대적 ‘리밸런싱(재조정)’을 통해 건설장비, 전력, 조선, 정유로 나누고 각 사업별로 전문화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한 권오갑 HD현대 회장의 전략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이 올해만 2배 이상의 영업이익 성장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주력사업으로는 다소 약하다고 지적받은 전기기기 사업에 R&D 투자 등을 집중하면서 초호황을 준비한 권 회장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60.26% 증가한 3조2550억원이다. 매출은 6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HD현대 출범 초기인 2017년 그룹 전체 매출액이 14조원 수준인 것을 비교하면 5배가량 성장한 수치다. 올해 2분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전 산업부문이 흑자를 달성, 전년 동기 대비 86.2% 증가한 87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발 초호황에 돌입한 전기장비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121.41% 증가한 6979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19년 기준 HD현대그룹 전체 영업이익인 6666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HD현대가 성장을 보일 수 있는 배경은 2017년 단행된 권 회장의 리밸런싱 작업에 있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의 전기사업본부를 독립시켜 별도 회사로 출범시킨 권 회장의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독립한 HD현대일렉트릭은 공격적인 사업확장과 함께 해외수주에 열을 올렸다. 미국 등 주요국의 송전장치 및 변압기가 이미 기대수명을 한참 넘겼다고 판단한 권 회장은 변압기가 단순한 전력시장의 부품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주력사업으로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LS일렉트릭은 올해 2분기 총 4500억원의 변압기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중 28%가 미국발 주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호황기 수익성을 한층 높이기 위한 증설에 나선다. 올해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에 각각 272억원과 18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약 20%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권 회장의 리밸런싱 작업의 효과는 HD현대일렉트릭뿐 아니라 전 사업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에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조선 3사 간 시너지를 위해 HD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사를 출범한 권 회장은 각 사가 저가수주에 집중하기보다는 R&D 중심의 경영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엔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게 됐다.
권 회장은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한 후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이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건설기계로부터 지게차 등을 생산하는 산업차량 사업을 인수하고 직접 투자, 육성함으로써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고금리 기조, 건설경기 악화 등 악재에도 지난해 전년 대비 55.94% 증가한 724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 밖에도 HD현대의 해양산업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올해 2분기 매출 4379억원과 영업이익 710억원을 기록하면서 2016년 11월 설립 이후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HD현대 관계자는 “2017년까지 그룹의 투자가 몸집이 거대한 조선에만 집중되다 보니 불황과 겹쳐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리스크가 있었다”며 “2017년 대대적인 개편 이후에는 사업분야를 확실히 나누고 별도의 투자를 진행, 육성하면서 건설장비, 전기기기, 솔루션 등 전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