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에 나는 이사 비용…가구·가전 신규 구입 '언감생심'

2024-08-10 06:00
전세계약 기준되는 2년 사이 10% 이상 상승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최근 이사를 고려 중인 직장인 A씨는 320만원이 넘는 이사 비용 견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직전 이사인 4년 전과 비교할 때 이사 비용이 40만~50만원 정도 오른 탓이다. 가구와 가전제품도 새롭게 구입하려 했지만 급등한 이사 비용 부담에 신규 구입을 단념하기로 했다.

부동산 전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이사비용까지 급격히 뛰면서 서민들의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전·월세로 살면서 2·4년마다 이사를 다니는 서민의 입장에서 이사비용 상승은 주거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주 서울 전세 가격 지수는 89.5%로 지난해 동기(84) 대비 6.55% 올랐다. 경기와 인천까지 포함한 수도권 전세 가격 지수는 88.1로 지난해 동기 (82.9%)에서 6.27%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6월 기준 5억4425만원으로 지난해 동기(5억1145만원)보다 3280만원이나 뛰었다. 

전세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 비용마저 크게 뛰면서 서민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물가지수 추이를 보면 지난 7월 이삿짐 운송료는 1년 사이 6.4% 상승했다. 특히 전세 계약이 이뤄지는 2년, 4년 단위로 비교하면 이삿짐 운송료는 각각 10.2%, 25% 오르며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사 가격이 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장마와 무더위가 나타나는 6월부터 8월은 이사건수가 줄어드는 비수기인 반면 9월부터 11월은 이사량이 많다. 수요가 많은 탓에 이 시기에 이사비용은 평상시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사와 함께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바꾸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고물가 상황을 겪으면서 가전제품과 가구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1년 전과 비교해 지난달 장롱은 6.8%, 의류건조기 8.7%, 에어컨은 5.2% 오르는 등 가구와 가전제품의 가격이 뛰었다. 

이사 과정에서 손상될 수 있는 가구나 가전제품의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가전제품 수리비와 컴퓨터 수리비는 1년 전보다 각각 17%와  53.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이 누적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며 "이사비용은 이사시즌인 가을에 조금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