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를 즐기고, 한국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습니다."

6일 오전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한 글로리 마시나그씨(32)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대학교에서 마케팅 공부를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마시나그씨는 돈을 모아서 대학원을 다니고, 사업을 하고, 가족을 돕고 싶다는 꿈을 서투른 한국어로 말했다. 

파란 재킷을 입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이날 오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도착했다. 이른 비행 일정에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취재진을 마주한 표정은 밝았다. '손하트'로 인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새벽비행기라 힘들지 않았냐'는 취재진 질문에 "4시간 비행이었고 피곤하지만 설렘이 더 크다"고 영어로 답했다. 

파란(로열블루)색은 필리핀을 상징하는 색 중 하나로, 옷은 필리핀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EPS) 측에서 제작해 나눠줬다고 한다.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한국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에 참여한 이유는 문화였다. 마시나그씨는 "한국 문화를 많이 알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며 "합격 소식을 듣고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 했다. 한국에 많이 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필리핀 직업훈련원에서 78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고 정부 인증 자격증을 취득한 24∼38세의 가사관리사다. 한국 적응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4주간 160시간의 특화교육도 이수할 예정이다. 고용허가제(E-9) 공통 기본교육 16시간과 직무교육 144시간이 진행된다. 서울시는 영어가 유창하고 한국어로도 일정 수준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건강검진과 마약·범죄 이력 등 신원 검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9월 3일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시범사업은 내년 2월 말까지다. 비용은 시간당 최저임금(올해 9860원)과 4대 사회보험 등을 포함, 하루 4시간 이용한다면 월 119만원가량이다.

이들의 돌봄·가사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서울시민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서비스 제공기관의 모바일앱 '대리주부' 또는 '돌봄플러스'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시는 한부모·다자녀·맞벌이·임신부가 있는 가정 순으로 우선 선발하되 아이 나이와 희망하는 이용 기간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할 계획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영어가 유창한 데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맞벌이 부부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높게 책정된 임금과 모호한 업무 범위 등으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주된 업무는 '아이 돌봄'으로, 가사서비스 역시 아이에게 옷을 입혀주거나 음식을 먹여주는 등 아이 돌봄과 관련된 영역만 수행하도록 제한된다.

시와 고용부는 민원‧고충 처리창구 운영 등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춰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면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도 충실하게 보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