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자이언트 컷' 주장까지…'경기침체' 충격에 연준 시장 달래기 나서

2024-08-06 11:25
'경기침체' 우려에 "9월 FOMC 전에 0.75%↓" 주장
연은 총재 '인하 필요성' 동의..."침체 아니야" 진화
월가 "긴급인하, 시장에 더 큰 혼란 불러"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빠른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이에 연준 인사들은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글로벌 증시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대폭락하자 재계 전문가들은 연준이 발 빠르게 완화적 기조로 선회하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더 빠르고, 더욱 강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학교 와튼스쿨의 명예교수인 제러미 시겔은 이날 CNBC에 연준이 즉각적으로 긴급 회의를 열어 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하하는 '자이언트 컷'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연달아 75bp를 인하해 미국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 수준에서 3.75~4.00%까지 끌어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준이 FOMC 정례회의가 아닌 긴급 회의를 열어 금리인하를 결정한 최근의 경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 역시 팬데믹과 금융위기 만큼 심각하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시겔 교수는 실업률과 물가 지표가 이미 금리인하 기준에 부합함에도 지난 주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된 것에 대해 "전혀 말이 안 된다"며 연준이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 악영향을 줄 거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 역시 이날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시장이 안정되려면 경제 성장 지표 개선과 함께 연준의 추가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고,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소한 연준의 구두 개입이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준 인사들은 곧바로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아직 경기침체는 아니라고 시장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이날 CNBC에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침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며 과잉 해석을 경계하며, 경기 둔화 시 연준이 "그것을 손볼 것"이라며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굴스비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이 높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9월 FOMC 이전에 긴급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포럼에서 "다음 분기에는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며 금리인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노동 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고, 너무 둔화해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구체적인 금리인하 폭과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연준이 무리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포천지에 따르면 빌 마일스 위치타 주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긴급 금리 인하와 관련해 "더 큰 공황을 야기할 급진적인 방안"이라며 "실업률이 증가했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괜찮은 상태이고 인플레이션은 아직 연준이 원하는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일스 교수는 9월 FOMC에서 50bp를 인하하는 '빅컷'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맷 윌러 투자사 피닉스캐피털 이사는 오히려 긴급 인하가 "공황의 신호"라며 9월 인하까지 기다려도 늦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