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가능성 낮지만 0% 아냐...발발 시 세계 GDP 4% 증발"

2024-07-29 16:53
블룸버그이코노믹스 분석
"반도체 공급망 차질 클 것"

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평양시 김일성 광장에서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타스·연합뉴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시 세계가 입는 경제적 손실이 4조달러(약 55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고려하면, 전쟁 발발과 동시에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마비돼 경제적 피해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한국과 북한이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러시아 밀착, 미중 지정학적 전쟁 장기화,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 등으로 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이하 블룸버그)는 자체 분석 결과, 한반도에서 한국과 북한이 전면전을 치를 경우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세계 경제는 세계 경제는 전쟁 첫해에만 4조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2년 발생한 손실액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3.9%가 증발한다는 얘기다.

경제적 피해 규모가 큰 이유는 한국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한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1.5%를 넘어섰다면서도 “(한국이) 주요 공급망에서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는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 세계 공장에서 사용되는 전자 부품의 4%, 메모리 칩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 30대 기업 중 한 곳인 삼성전자는 세계 D램과 낸드 메모리 생산의 각각 41%, 33%를 담당한다고 짚었다.

블룸버그가 제시한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에 따르면 북한은 우선 서울의 주요 군사·정치·경제 시설에 포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몇 달 동안 휴전선 70km 이내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정밀 로켓과 약 250km를 비행할 수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1차 타격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들을 시험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국방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은 이미 최소 80~90기의 핵 탄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 심지어 미국까지 타격할 수 있는 양이라고 짚었다. 이 경우 한국 제조업의 절반, 반도체 생산 능력의 대부분이 상실되며 중국·러시아·일본 등으로 가는 인근 해운 항로로 차단되고, 이에 따라 한국 GDP는 37.5%가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한반도 전면전 시, 과거 한국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이 서로 반대편에 서게 됨에 따라 세계 무역 또한 새로운 거대한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단, 미국과의 교역 감소, 해운 차질 등에 따라 GDP의 5%에 달하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으로 서비스 업종의 비중이 큰 미국 역시 GDP의 2.3% 수준의 타격이 예상된다. 대(對)한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큰 동남아시아와 일본, 대만이 입는 타격은 더 클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예상 가능한 모든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의 결론은 김 위원장의 몰락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한국과 북한 간 전면전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의 계속된 핵무기 개발, 러시아와의 밀착 강화, 미중 지정학적 전쟁 장기화 등을 고려할 때 전쟁 가능성이 ‘0’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더구나 ‘트럼프 2기’가 실현될 경우 미국의 대한국 정책 급변해 불안정한 요소를 추가될 수 있다고 짚었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면서 미북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