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日 사도광산 유네스코 유산 등재...日매체 '한일 합의' 높이 평가
2024-07-28 15:52
日총리·외무상 '강제노역 노동자' 언급 없어
우익 매체 "조선인 노동자 전시 불필요" 주장
우익 매체 "조선인 노동자 전시 불필요" 주장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27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정식 등재됐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환호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양국의 우호적 관계가 있어 등재 과정이 마무리됐다고 평한 반면, 일부 보수 매체는 '핵심 조건'인 '조선인 노동자' 전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 이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등재까지 14년 넘게 걸렸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그는 "전통 수공업 수준을 높여 구미의 기계화에 견줄 만한 일본 독자 기술의 정수였던 사도광산"이라며 등재를 결정한 위원회에 참석한 니가타현 지사와 사도 시장에게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담화문을 통해 "세계유산 등재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오랜 세월에 거친 지역 주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도광산이 19세기 중반까지 일본의 전통 수공업을 통한 금 생산 발전단계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임을 언급하며 많은 방문객을 유치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그는 문화유산 등재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모두의 합의를 통해 등재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사도광산 관련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에 대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만 27일 등재를 결정한 회의에서 한국의 강제 노역 노동자에 대해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은 사도광산 등재를 두고 한·일이 합의한 것에 대해 다양한 논평을 내놨다. 진보 성향 아사히신문은 27일 등재의 최대 쟁점이 조선인 강제노역 문제였다며 "최근 전례 없는 (한일 간) 양호한 관계도 합의를 뒷받침했다"고 평했다. 해당 신문은 일본 정부가 광산 인근 박물관에 광산 노동자 관련 전시실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보여 한국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어냈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사도광산 등재 여부가 한일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었다며 "지난해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 재개 등 한일 관계가 개선된 가운데 실무자 간 대응을 통해 한국 측의 협조를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사설을 통해 한일 간 합의로 사도광산이 등재된 점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 간 지속적 소통을 주문했다.
반면 일본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강제노역 조선인 전시실이 아예 불필요했다는 회의적 주장을 내놨다. 이 신문은 28일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전시는 불필요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등재 과정에 한일 양국간 합의 내용이 불합리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사도광산 전시에 한국의 관여를 허용하겠다는 말이냐"며 "그렇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체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시기가 일제강점기가 포함되지 않은 16~19세기 중반인 만큼 한국과 협의가 필요 없었다고 피력했다.
앞서,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 세계유산 등재를 컨센서스(전원동의) 방식으로 결정했다. 일본은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노역 시기를 포함한 근대 시기의 기록을 빼놓아 전체 역사를 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일본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권고를 수용해 전체 역사를 전시에 반영하기로 했다. 사도광산 인근 박물관 한 구획에 강제노역 노동자 관련 사료를 전시하는 공간을 두는 것이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