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발행사·주관사 "공모가만 높게 받으면 그만"...상장 후 주가는 나몰라라

2024-07-25 06:00
올해 공모가 상단 이상 확정 100% '역대 최대'… 물량 확보 경쟁 여전
금융당국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기관투자자 '초일가점' 제도 영향
발행사 자금·주관사는 수수료 확보 급급…공모가 최대한 높게 책정

[자료=각 사]
공모가 하회 종목들이 속출하며 공모에 성공하면 무조건 수익이던 공모주 투자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은 여전히 활황이다.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들의 공모가는 여전히 상단을 초과하고 발행사, 주관사 모두 신속한 상장 신청이 유리하다는 분위기에 경쟁적으로 예비심사 청구에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56개 기업(스팩 제외)이 IPO를 위해 예비심사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11개 기업만이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웨이비스(대신증권 주관)와 사이냅소프트(NH투자증권 주관)는 지난해 연말부터 당국의 심사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거래소는 지난 6월 상장 예비심사 지연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다고 지적한다. IPO 관계자는 "심사는 거래소 기관 하나에서만 하는데 '파두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의 지시로 꼼꼼히 살펴봐야 하다 보니 심사 속도가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파두 사태 이후로 거래소가 꼼꼼하게 공모가 산정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투자자에게 합리적인 공모가 책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가 최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이 발행사, 주관사들의 IPO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공모가는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기관투자자들이 원하는 수량과 단가를 기입한 신청서를 주관사에 접수하면, 주관사와 발행사는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최종 공모가를 결정하게 되는 구조다. 

IPO를 주관하는 발행사와 주관사 모두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보니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려고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발행사는 공모가를 최대한 높게 책정받아 자금조달을 극대화하려 하고, 주관사는 IPO 수수료 확보가 최우선 사항이기 때문이다.
 
올해 공모가 상단 이상 확정 비중은 100%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를 마친 33개사(스팩 제외) 가운데 29개사가 밴드 상단보다 높은 공모가에 IPO를 완료했다. 나머지 4곳도 밴드 상단에 공모가가 확정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31개사 중 8개사만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초과했으며, IPO 시장이 최대 흥행을 기록했던 2021년에도 공모가 상단 이상 기업의 비중은 94.1% 수준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난해 6월 26일 금융당국이 상장일 주가 변동폭을 확대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신규 종목의 가격제한폭을 기존 63~260%에서 60~400%로 확대했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공모가가 1만원인 주식이 이전에는 최대 2만원까지만 오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 4만원까지 상승 가능해 상장 당일 차익 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수요예측 규제 역시 공모주 과열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예측 첫날 주문을 낸 기관투자자에 부여되는 가점인 '초일가점' 제도 때문에 수요예측 첫날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내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공모주 물량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종가 기준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들이 나오면서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맞다"며 "다만 상장 첫날 새내기주들이 장중 한 번은 공모가 이상을 터치하는 만큼 아직은 기관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때는 아니라는 인식이 많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모주 상장 이후에는 발행사, 주관사 모두 관심을 뚝 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IPO를 성사시켰다는 것만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결국 상장 이후 해당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들만 골탕을 먹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주가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공모 물량만 확보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고 있다"며 "수요예측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공모가는 자연스럽게 상승하지만 기업의 실제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주가 되돌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금융당국에서 공모가를 현실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