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규홍의 리걸마인드] '유튜브 무법지대' 사이버레커 연일 논란...규제 가능할까

2024-07-25 06:00
사이버레커, 사회적 주요 이슈 확대·재생산...자극적인 영상, 발언으로 구독자 끌어들여
최근 4년간 기소된 사이버레커 19명...벌금형 대부분, 액수도 평균 230만원 솜방망이 처벌 지적
쯔양 협박 사건으로 규제 목소리 분출...국회에선 입법 추진도

검찰이 유튜버 쯔양의 과거 이력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은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사자 중 하나인 유튜버 구제역(이준희)이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자진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이 지난 2005년 온라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를 내놓으면서 전 세계에 1인 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그간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신문, 지상파방송, 케이블 텔레비전 등의 전통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했던 대중들은 이젠 자신이 콘텐츠 제작자, 이른바 유튜버가 되면서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방송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남의 불행이나 사고, 실수, 결점, 잘못 등을 방송하는 사이버레커(Cyber Wrecker) 유튜버들이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이들이 최근엔 10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쯔양을 협박한 사건까지 불거지며 사이버레커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사이버레커, 수많은 사건사고에도 솜방망이 처벌
사이버레커는 가상현실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도로에서 불법으로 주정차한 자동차나 파손된 차를 이동시키는 장비를 설치한 특수자동차 레커(Wrecker)의 합성어로, 이들이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주요 이슈를 끌고 온다는 의미로 용어가 생성됐다.

지난 2018년 유튜버 김성회가 본인의 채널에서 처음으로 해당 용어를 사용한 뒤 인터넷상에 널리 퍼졌으며, 현재는 남의 결점이나 불행을 자극적으로 포장하거나 왜곡해서, 또는 심지어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도 않고 광고 수익 등 사익을 챙기는 유튜버들에 대한 분노와 조롱의 의미로 용어가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논쟁이 될 만한 소재나, 사건, 이슈들을 주로 확대 재생산하며 자극적인 발언과 영상으로 구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앞서 이들은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 △조두순 출소 △배우 김선호 사생활 폭로 사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지드래곤 마약 투약 의혹 등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이슈들을 끌고 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이나 주장들을 하며 조회수를 끌어모았다. 

사실과 다른 주장들을 마구잡이로 해대면서 이들은 당사자들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고 있으며, 주로 '인터넷 명예훼손'으로 입건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최근 4년간 인터넷 명예훼손 혐의를 포함한 각종 범죄로 기소된 유튜버들은 총 19명에 달하는데 이 중 징역형은 6명, 벌금형은 10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벌금 액수도 평균 230만원에 불과했다. 다만 자극적인 발언으로 수익을 쓸어담는 이들에게 벌금형은 경각심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은 최근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수법까지 쓰며 방송을 하고 있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법령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튜버 쯔양(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된 먹방 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으로 사이버레커의 행태가 급기야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7월 10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구제역(이준희), 주작감별사(전국진), 카라큘라(이세욱) 등이 쯔양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방송이 나간 이후 구제역은 쯔양을 협박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쯔양이 자신의 방송을 통해 구제역의 협박 사실을 공개하면서 사건의 진상이 알려지게 됐다. 

구제역은 지난해 2월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쯔양으로부터 5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당시 구제역은 메일을 통해 "영상 시청 후 쯔양 님의 의견을 듣고 싶다. 답장 없으시면 반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점 양해 바란다"고 적었고, 영상을 통해서는 쯔양이 탈세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쯔양은 이 사실을 소속사에 알렸고, 이후 소속사 이사가 구제역을 만나 원치 않는 계약서를 쓰고 5500만원을 주게 됐다고 밝혔다. 

쯔양이 법적조치에 나서고, 이례적으로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사이버레커들에 대한 수사를 일선 검찰청에 지시하면서 검찰은 이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지난 18일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구제역을 포함한 협박 유튜버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23일엔 이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수원지법은 오는 26일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이버레커 논란에 분출되는 규제 목소리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사이버레커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은 20~5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유명인 자살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별 영향 정도를 물은 문항에서 '사이버레커들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꼽은 응답이 93.2%에 달했고, 이 중 59.3%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문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사이버레커가 사회문제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92.0%로 이 중 43.4%는 '매우 동의한다'는 입장을, 이런 인식은 남성(88.2%)보다는 여성(95.8%) 집단에서, 20대(88.0%)에서 30대(90.4%), 40대(92.4%), 50대(97.2%)로 갈수록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9일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복성 폭로 콘텐츠 근절 정책토론회’를 열어 사이버레커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며 이들에 대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윤수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사이버레커 문제의 심각성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형사 처벌과 민사손해배상절차를 밟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사이버레커를 근절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수사와 재판과정에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증거를 모으는 것에서도 피해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형사처벌이 가능한 대상과 강도를 보다 정교하고 엄하게 규정해야 하며 행정제재를 통해 속도감 있는 규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토론회에서는 △비동의 영상물, 불법 촬영물 삭제 의무 강화 △비동의 영상물, 불법 촬영물 삭제 후 범죄자에 대한 구상권 청구 법제 마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 등의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또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평택시병)도 23일 사이버레커와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행위 처벌을 위한 '형법 개정안'과 ‘폭력행위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최근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콘텐츠, 댓글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이버 폭력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규정을 마련함으로써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간 사태를 방관했던 유튜브도 사이버레커들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지난 15일 유튜브는 구제역, 카라큘라, 주작감별사 채널에서 더 이상 수익이 발생할 수 없도록 ‘수익화 중지’ 조치를 했다.

유튜브의 이 같은 결정은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한 창작자들이 플랫폼 안팎에서 유튜브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크리에이터의 책임' 규정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유튜브 창작자가 타인에게 악의적으로 해를 입히려고 하거나 학대나 폭력·사기나 기만 행위 등으로 실제 해를 입힐 경우 유튜브는 해당 채널이 더 이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게 하는 등의 제재에 나설 수 있어, 사이버레커들에 대한 수익 정지는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도 "사이버레커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그늘에 숨어 너무 많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긴 해야 한다"며 "대중들이 이젠 기존의 레거시미디어보다 유튜버와 같은 뉴미디어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유튜브 역시 공중파가 준수하고 있는 방송법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 사회 일각에선 과도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1인 미디어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해 시민들 스스로 성숙한 자세로 혐오 표현이 담긴 콘텐츠 소비하지 않기, 악성댓글 달지 않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