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법리딩방과 시그니엘

2024-07-22 11:05

명진규 증권부 부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콘텐츠 중 하나가 '롯데타워 시그니엘 집들이'다. 월세 2000만원에 공실 기준 관리비 190만원, 전기료 포함해서 230만원, 1년에 부가가치세 포함 2억2000만원을  낸다고 한다. 

헬스, 수영이 공짜고 시그니엘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사진과 영상을 통해 본인의 재력을 과시한다. 

상당수가 코인, 주식,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다. 몇몇은 챗GPT로 매일매일 수십 개의 블로그에 콘텐츠를 업로드했더니 구글에서 매달 회사 월급보다 많은 광고료를 정산해 준다며 수익도 인증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이 제공하는 유료강좌로 유도하거나 별도의 리딩방으로 유도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주변을 살펴보면 벼락부자가 된 이들의 소식이 즐비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등장해 소리 소문 없이 부의 격차를 과시한다. 이들이 부자가 되는 방법이라며 얘기하는 것 대부분은 흔한 자기계발서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시그니엘에 산다는 것 하나로 그들을 신뢰한다.

모두가 사기는 아니겠지만 모두가 자신의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자신이 부를 쌓아올린 방법이 지금도 통한다면 왜 굳이 남들과 나누겠냐는 지적에도 사람들은 열광하고 모여든다.

이렇게 불법 투자 리딩방은 자라나고 수많은 피해자들을 끌어모으며 성장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유명 인사들 이름을 사용하거나 주요 증권사, 해외 은행 등을 거론하며 피해자들을 모은다. 지금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검색만 해도 수백 개의 불법 리딩방이 쏟아져 나온다. 주식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텔레그램에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모두 수백, 수천 명의 회원들을 갖고 있다. 

수법은 매일 지능화하고 있는데 막을 방법은 시원찮다. 카카오톡이 불법 투자 리딩방 개설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스팸을 보내면 영구 제재하겠다지만 이미 텔레그램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따라서 현행 보이스피싱만 규제하는 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전기통신금융사기방지법)'은 개인 정보를 빼돌리거나 피해자를 속여 금전적 이득을 얻는 보이스피싱범에 한해 은행들이 사기 계좌를 즉시 출금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 리딩방에서 벌어진 온라인 사기 행각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딩방을 통해 투자자들을 모아 이들이 유무형의 자산에 실제 투자했을 때 투자자산 가치가 하락해도 구제할 방법이 없다. 

경찰에 사기범을 신고하면 해결할 수 있다지만 불법 리딩방을 신고해도 사기꾼들은 계좌에서 돈을 빼가면 그만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불법 리딩방 피해가 이렇게 이뤄졌다.

투자자들의 욕망을 막을 수 없다면 제도를 정비하는 길 뿐이다. 불법 리딩방을 없애고 투자자들이 안전한 간접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국회가 길잡이가 돼 유도해야 한다. 필요한 법 개정을 하루 미룰수록 수백 명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