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기업 2곳 중 1곳 "한국 노동시장 경직적...경영 리스크로 작용"

2024-07-21 14:43

[사진=한경협]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기업 2곳 중 1곳은 한국의 전반적인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4월 2∼12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0인 이상 제조업 주한외국인투자기업 538개사(응답 100개사)를 대상으로 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53.0%는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국 노동시장이 '유연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9.0%에 불과했고, 나머지 38.0%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또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 노동규제 수준을 묻는 항목에서는 47.0%가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노동규제가 낮다'고 응답한 곳은 13.0%에 그쳤고, '비슷하다'고 답한 기업 비중은 40.0%로 조사됐다.

한국의 전반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에서는 응답 기업의 63.0%는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협력적'이라고 답한 기업은 4.0%, '보통'이라는 기업은 33.0%였다.

응답 기업들은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독일은 124.8, 미국은 121.4, 일본은 116.2, 중국은 89.7로 응답해, 주요 제조업 경쟁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3개국 모두 노사협력 부문에서 한국보다 우위라고 평가했다.

외국투자기업 10곳 중 7곳(68.0%)은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 시 한국의 노사관계, 노동규제 등 노동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밝혔다. 한경협 측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외투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G5 국가(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외투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평균 13.9%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면 약 27억1000만 달러(2023년 기준)의 투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경협 측은 분석했다. 

외투기업들이 한국의 경영활동에서 노사문제로 가장 큰 애로를 느끼는 점은 '해고, 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42.0%)'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주52시간제' 등 경직적인 근로시간제도(23.0%),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및 직장점거 허용(11.0%)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중 개선이 시급한 사항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37.0%)을 지적했다. 이어 상급 노조와 연계한 정치파업(27.0%), 사업장 점거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파업 행태(18.0%) 등을 꼽았다.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노사가 개선해나가야 할 사항으로는 노사 간 공동체 의식 확립(33.0%), 노조의 투쟁 만능주의 인식 개선(25.0%), 노조의 이념․정치투쟁 지양(13.0%) 등이 지목됐다. 또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노동 분야 개선과제로는 근로시간․해고 등 규제 완화를 통한 노동유연성 제고(43.0%)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됐다"면서 "경제블록화로 인한 탈중국 외국자본의 국내 유치를 위해서라도 근로시간‧해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노동경직성을 해소하고,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을 크게 부추길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