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HL만도, 스쿠빅에 페달라이트 공급…e-모빌리티 14년 만에 첫 수주

2024-07-18 17:48
3년간 450억 규모 공급
세계 최초 무체인 양산기술 적용
유럽 대표 제조사와 협업도 기대

HL만도가 소형 이동 수단을 중심으로 한 e-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한 지 약 14년 만에 수주 첫 단추를 뀄다. 이번 모듈 공급으로 유럽 시장 문을 두드리게 된 HL만도는 30조원 규모의 e-전기 화물 자전거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L만도는 스페인 도심형 모빌리티 기업인 스쿠빅과 페달라이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규모는 450억원이며 올해부터 3년간 납품한다. 이번 수주는 HL만도가 e-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한 지 14년 만에 거둔 성과여서 의미가 크다. 페달라이트는 HL만도가 자체 제작한 전자 페달, 모터, 리튬 배터리 등을 디지털 입출력 장치(HMI)에 연결한 모듈 기반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이 2륜, 3륜, 4륜 등 다양한 형태의 폼팩터에 탑재되면 체인 없이 구동할 수 있는 전동차를 구현할 수 있다. 이 같은 무체인 양산기술이 적용된 플랫폼은 세계 최초다. 물류 운송을 위한 전기 화물, 전기 자전거를 비롯해 다양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HL만도가 스쿠빅과 거래를 처음 성사함으로써 미래 먹거리인 e-모빌리티 사업 수주가 확대될 길이 열리게 됐다. HL홀딩스는 2010년 무체인 기술이 적용된 전동자전거인 만도풋루스를 세계 최초로 내놓고 e-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3세대 모델까지 내놓은 이후 회사는 전동식 화물 운송 시장을 집중 겨냥하기 위해 완제품이 아닌 모듈 공급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HL만도가 유력 시장으로 점찍은 유럽의 전기자전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유럽연합(EU)은 탄소 감축 규제를 갈수록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도로 상태가 노후화돼 라스트 마일용 운송 수단으로 전기자전거가 선택지가 되고 있다. EU는 '카고(Cargo)+자전거(Bike)'가 미래 운송 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카고바이크 구매 시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유럽 전기자전거 시장 규모는 올해 216억 달러(약 30조원)에서 오는 2027년 320억 달러(약 44조원)로 성장하며 전 세계에서 60%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페달라이트를 탑재한 e-모빌리티는 자전거로 분류돼 운전 면허가 필요 없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스쿠빅을 비롯한 여러 유럽 모빌리티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쿠빅은 아마존, 하이네켄 등의 기업과 스페인, 프랑스의 우체국 등 공공 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스쿠빅은 전기 카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7만㎡ 규모의 제조 공장을 증설한 만큼 향후 HL만도의 모듈 수주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쿠빅에 모듈을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른헤이, 시트카 등 유럽 대표 모빌리티 제조사와의 동맹도 기대되고 있다. 

HL만도의 매출 중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비중이 42%를 차지하지만 e-모빌리티를 비롯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전동화 사업을 통해 글로벌 수주를 늘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BMW와 폭스바겐, 르노, 볼보 등 주요 글로벌 OEM사의 수주를 늘려나가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GM, 지리, 마힌드라, 타타 등과 손을 잡았다. 올해 신규 수주 목표는 15조1000억원으로 올 1분기에만 6조2000억원어치(41.1%)를 달성했다. 글로벌 사업 확대를 기반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목표 수주액 초과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달라이트가 장착된 e-모빌리티 [사진=HL만도]
 
페달라이트가 장착된 e-모빌리티 [사진=HL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