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국방부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 발표가 연기되기 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했던 번호 가입자 명의가 대통령 경호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 수사 관련해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정훈 대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대통령실 내선 전화 통신기록을 제출받기로 했다. 

17일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T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02－800－7070'의 가입자 명의는 대통령 경호처이고, 지난해 5월 23일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경호처'로 변경됐다"고 적시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3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수사 결과 브리핑과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기 전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일반 번호와 통화한 내역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통신사들의 통화기록 보존 기간이 1년인 점을 고려해 신속하게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 번호는 이른바 'VIP' 격노설이 나온 지난해 7월 31일 이 전 장관에게 걸려온 대통령실 내선 번호다. 당시 통화를 마치고 이 전 장관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의 전화기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연락해 채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 재판부는 이날 채상병이 순직한 지난해 7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대통령실 내선 번호인 '02－800－7070'의 통신기록을 통신사로부터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령 측은 지난 5일 재판부에 제출한 사실조회 신청서에서 "해당 번호로부터 2023년 7월 31일 이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 왔고, 그 이후부터 (해병대 수사단 사건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시작으로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해당 번호가 누구의 전화번호인지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외부 확인이 불가한 기밀 사안"이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박 의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결국 (전화번호) 사용자가 누구인가가 문제"라면서도 "눈여겨 봐야 할 건 올해 5월 29일 해당 번호가 해지됐다가 재개통됐는데, 뭔가 숨기고 싶었던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