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희망고문으로 끝난 '내 집 마련의 꿈'    

2024-07-18 05:00


"내 집 마련 꿈이 문자 한 통으로 날아갔습니다."

민간 건설사가 사전청약을 진행한 사업 취소가 잇따르면서 당첨자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내 집 마련의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첨자들은 사전청약 취소 문자 한 통으로 모든 희망이 없어졌다고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사업 취소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전세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추가 대출 이자를 견뎌야 한다. 또 급등한 분양가도 당첨자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올해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이 3.3㎡ 기준 4190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돌파했다. 공사비 급등 등의 여파로 1년 새 31%(1000만원)나 뛴 것이다. 

당첨자들이 사전청약 사업 취소에 분노하는 지점은 더 있다. 다른 주택 청약의 기회마저 빼앗겼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이 희망고문이 된 셈이다. 

공공 분야보다는 민간 건설사가 진행한 사전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의 피해가 더 크다. 공공 사전청약은 현재 본청약이 지연되는 사례는 있어도 아예 사업 취소를 선언한 곳은 아직 없다. 하지만 민간 사전청약은 상황이 다르다. 공사비 급등에 따라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 자체를 뒤엎는 사례가 속출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전청약은 건설사가 토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본청약 2~3년 전에 앞서 실시하는 청약 제도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 도입됐다가 입주지연 문제로 2년 만에 폐기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집값 폭등기인 2021년 사전청약 제도를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본청약 지연'이란 부작용은 막지 못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부작용이 커지자 지난 5월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전면 중단하며 사실상 제도 폐지를 공식화했다. 

정부가 사전청약제도를 폐지해 특히 사업을 취소한 민간 사업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간 사전청약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5곳이 '사업 취소' 결정을 내리고 당첨자들에게 통지를 한 상태다. 피해자만 1500명에 이른다. 2021~2022년까지 사전청약을 받은 45곳 단지 가운데 아직 본청약으로 넘어가지 않은 곳이 24개 단지에 달한다. 당첨자 수만 1만2000명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본청약이 연기되고 있는 단지들도 언제든지 사업이 취소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다.

정부도 사전청약 취소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서둘러 구제책 마련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다른 단지에 청약할 수 있게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국토부가 "사인(私人)간 계약으로 대안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던 것에 비하면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을 때 이러한 후폭풍까지 고려해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시장의 대혼란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정부를 믿고 내 집 마련의 꿈 실현을 위해 사전청약을 신청했던 평범한 서민들이다. 이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조차 힘들다. 늦었지만 사전청약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을 끝까지 따뜻하게 보듬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본다.
 
남라다 건설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