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고령층 금융 사각지대를 '사각사각'…"또래라 알려주기 더 쉬워요"

2024-07-16 18:00
카카오페이, 25개 지역사회복지기관서 운영…실습과정에 질문 쏟아져
올해부터 중장년 강사가 직접 교육…시니어 일자리 창출도
"디지털 문해력 교육은 많지만 '금융'에 맞춘 프로그램 필요"

16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성북노인종합복지관에서 '사각사각 시니어클래스'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시집간 딸내미가 돈이 갑자기 필요하다는데 일요일이라 못 보냈어요."

16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노인종합복지관. 60·70대 어르신 16명이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이곳은 카카오페이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각사각 페이스쿨'이다. 사회공헌재단인 카카오임팩트가 주관하고,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각사각 페이스쿨은 카카오페이가 지난해부터 디지털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사각지대의 '사각'과 공부를 할 때 나는 연필 소리의 '사각'을 합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8일부터 25개 지역사회복지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8주간 강사 양성 과정을 통해 선발된 50대 이상 중장년층 강사가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지역별로 4명씩 총 52명의 '페이티처 1기'가 선발됐다.
 
사각사각 페이스쿨 페이티처 권명희씨(54)가 실습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이날 강의를 맡은 페이티처 권명희씨(54)는 스마트폰 케이스에 꽂혀 있는 카드 여러 장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권씨는 "스마트폰 케이스에 카드를 다 넣고 다녀서 늘 무거웠다"면서 "간편결제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는 홀쭉해졌다"며 본인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첫 수업은 모바일뱅킹과 간편결제 차이점 등 모바일결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이론 수업부터 카카오톡 단체방에 참여하는 실습 시간으로 구성됐다. QR코드를 통해 카카오톡 단체방을 참여하는 시간이 되자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페이티처 4명은 강의실을 돌아다니면서 세세하게 실습을 도왔다.

총 4회로 페이티처 4명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하고 있는 이 수업은 80%가 실습으로 이뤄지고 있다. 간편결제를 하는 방법뿐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폰 활용 방법도 알려준다. 카카오톡으로 선물 보내는 방법부터 보험계약 관리나 병원비 청구하기, 마이데이터로 자산을 통합관리하는 방법까지 실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도 배울 수 있다. 
 
페이티처 4명이 강의실을 돌아다니면서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이날 수업을 도운 페이티처 김민중씨(61)는 "시니어가 시니어를 가르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비슷한 경험을 한 세대고,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를 이해하고 있어 (페이티처를) 더 편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르신들이 많이 쓰는 단어를 잘 알아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며 "동년배라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다 보니 어르신들도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사각사각페이스쿨은 수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강사들에게도 삶의 활력소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리에 남아 한참을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쳐주던 권씨는 "20년간 개인 사업을 했는데 강사 일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며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에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알려주는 일을 하게 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앞으로 사각사각 페이스쿨을 확장해 더 많은 지역에서 디지털 금융교육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은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금융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며 "현재 서울시와 분당에 한정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