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초코파이ㆍ라면에 소주까지…K-푸드, 베트남 시장 저격

2024-07-18 06:00

베트남 하이즈엉성에 위치한 대상 공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최근 한국과 베트남 양국 관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 및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식품업계는 베트남을 'K-푸드'의 주요 전략 시장 중 하나로 정하고 부쩍 관심을 쏟고 있다. 베트남은 1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발판으로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있어서는 중요한 시장이다. 따라서 한국 식품기업들은 베트남 현지 공장 투자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제품 현지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1994년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식품기업 대상은 베트남을 글로벌 사업의 핵심 국가로 설정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상은 현재 베트남에 하이즈엉성(편의식품·인스턴트식품·소스 생산), 흥옌성(신선육·육류 가공), 비엣찌성(미원), 떠이닌성(맥아 설탕 및 타피오카 전분) 등 총 4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대상 베트남의 매출은 2016억원을 기록해 5년 전인 2018년(1180억원) 대비 2배가량 성장했다.

또한 1995년부터 주력 제품인 초코파이를 베트남에 수출한 오리온은 2005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호찌민시와 하노이 등에 공장을 세웠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기반으로 감자과자, 쌀과자, 모닝빵, 젤리 등 신제품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작년에는 태국 1위 유제품업체인 더치밀(Dutch Mill)과 협력해 베트남 유제품 시장에도 진출한 가운데 2023년 베트남 시장 매출이 4755억원을 기록해 2020년 대비 62.8%나 증가했다. 

오뚜기 역시 베트남을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선택하고 현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뚜기는 현재 베트남에 라면을 주로 생산하는 박닌 공장과 소스를 주로 생산하는 빈즈엉 공장 등 2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오뚜기는 베트남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저중량 제품 '오빠 라면(Oppa Ramen)'을 출시했고, 무슬림 소비자를 겨냥한 할랄 라면 개발을 위한 인증도 추진 중이다.

 
베트남 소비자들을 매혹하는 K-푸드. [사진=베트남통신사]

팔도는 지난 4월 베트남 남부 떠이닌성 인근에 제2공장을 준공하고, 베트남 북부에서 남부까지 이어지는 생산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팔도는 제2공장 준공으로 베트남 내 라면 생산능력이 연간 7억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팔도는 베트남에서 코레노(Koreno)라는 브랜드명으로 매운 쇠고기 맛 라면, 짜장 라면 등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팔도는 앞으로도 제2공장을 증설해,주변국에 대한 수출 기지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팔도의 베트남 시장 매출은 7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강점인 냉동식품을 내세워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2022년 300억원을 투자해 롱안성 껀지우옥(Can Giuoc) 지역에 키즈나(Kizuna) 공장을 설립한 CJ제일제당은 베트남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연합(EU), 호주 등으로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주류업체들도 베트남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소주의 세계화'라는 기치하에 해외 소주 판매 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운 하이트진로는 해외 첫 생산기지로 베트남을 선택하고 타이빈성 리엔하타이(Lien Ha Thai) 산업단지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2026년 완공 예정인 이 공장은 연간 최소 100만 상자의 주류를 생산할 예정이며 이후 동남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베트남에서 푸드트럭을 통해 홍보 캠페인을 진행하는 C J제일제당. [사진=베트남통신사]



이처럼 한국 식품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베트남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젊은 인구 구조와 함께 높은 소비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 전체 인구는 1억명에 이르고, 평균 연령은 32.5세이며, 20~40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46%를 차지한다. 또한 베트남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한된 내수에 직면해 있는 한국 라면 업체들에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은 또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한국 문화의 인기를 활용하고 있다. 한 한국 식품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 식품산업이 침투해 강력한 정체성을 구축한 시장으로, 최근에는 K-팝, K-컬처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인기가 K-푸드의 인기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추세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설비 확충 등 베트남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타이빈성 지도부를 만난 장인섭 하이트진로 전무. [사진=베트남통신사]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베트남 음식료 산업의 시장 규모가 2024~2029년 9.82%에 이르는 연평균복합성장률(CAGR)을 보이면서 2029년에는 시장 규모가 362억9000만 달러(약 50조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베트남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우선적으로는 자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 한국 업체들에는 과제가 되고 있다. 베트남 고품질 상품 사업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들은 △품질 △내구성 △가격 등 아주 기본적인 요소를 중요시하고, 특히 식품 및 음료 산업 제품에 대해서는 △사용 안전성 △신선도 △영양 성분 정보 △원산지 등의 요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국 식품기업들은 베트남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품 품질 개선, 식품 안전 규정 준수, 소비자 트렌드 포착,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베트남 매체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