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또 외로운 늑대?…극단 정치가 폭력 불러

2024-07-15 14:44
외톨이에 총기 집착…고립감, 범죄로 표출했나
아베도 피초도 당했다…113건 대부분 외로운 늑대 소행  

트럼프 토머스 매슈 크룩스 운전면허증 사진 [사진=AFP·연합뉴스]


또 외로운 늑대의 범행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단독범의 소행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등 최근 고위 정치인을 향한 피격 사건의 범인 대부분은 '외로운 늑대(lone wolf)'로 불리는 단독범이다. 정치가 절망적인 수준으로 극단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톨이에 총기 집착…고립감, 범죄로 표출했나
14일(현지시간) AP통신, 뉴욕타임스(NYT), BBC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를 향해 총을 쏜 토마스 매슈 크룩스(20)의 단독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해외 테러조직 등 조직적인 배후 세력이 없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이른바 ‘외로운 늑대’에 방점을 둔 것이다.
 
총격범인 크룩스는 FBI의 수사망에 오른 적이 없을 뿐더러 범죄 이력 및 군복무 기록조차 없다. 특정 이념에 몰두했었다는 증거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의 암살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온라인 상에서 음모론이 퍼질 정도다.
 
크룩스는 인터넷 사용 흔적이 거의 없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주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등 위협적인 글이나 정치 신념을 드러내는 글조차 쓰지 않았다. 채팅앱 디스코드 계정은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수개월간 이 계정 역시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디스코드 대변인은 총격범이 자신의 계정에 폭력을 조장하거나 정치 견해를 드러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그는 체스와 비디오게임을 좋아했으며, 코딩을 배우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 성향마저 명확하지 않다. 펜실베이니아의 공화당 당원으로 등록돼 있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날인 2021년 1월 20일에 진보 단체인 액트 블루(Act Blue)에 15달러(약 2만원)를 기부했다.
 
크룩스에 대한 확실한 점은 그가 외톨이에다가 총기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사회에서 고립됐던 크룩스가 분노를 범죄로 옮겼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고등학교 동창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가 친구가 없는 내향적인 성격이었다는 것은 공통된 반응이다. 그의 고교 동창인 제이슨 콜러는 크룩스가 점심시간에 항상 혼자였다며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특히 사냥복 등 특이한 옷차림으로 인해 조롱거리가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동창은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BBC에 말했다.

아울러 그는 총기 애호가였다. 고교 시절에 교내 소총팀에 지원했지만, 사격 실력이 형편없었을 뿐만 아니라 총을 들고 부적절한 농담을 한 이유로 팀에 들어가지 못했다. 또한 그는 사망 당시 인기 총기 유튜브 채널인 데몰리션 랜치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 채널은 마네킹 등에 총을 쏘거나, 총기 소지를 옹호하거나 찬양하는 등의 영상이 대부분이다.
아베도 피초도 당했다…113건 대부분 외로운 늑대 소행  
정치 분열 및 극단화가 외로운 늑대들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2007년부터 2023년까지 북미에서 발생한 113건의 공격 가운데 테러리스트 조직과 관련된 것은 단 15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외로운 늑대들의 소행이었다.
 
영국 최대 타블로이드지 더선은 “도널드 트럼프가 단독범에 의해 살해 시도를 당했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며 “미국은 절망적으로 분열돼 있으며, 트럼프는 그런 분열을 이용해 성공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피격 사건이 발생한 후 엑스(X, 옛 트위터)에서는 ‘연출된(staged)’이란 단어가 상위 키워드로 올라가는 등 암살 시도가 의도된 것이라는 음모론이 퍼졌다.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트럼프 암살을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명령을 내렸다는 근거 없는 추측이 확산 중이다.
 
온라인을 통해 총기나 폭발물 제작 기술에 쉽게 접근하게 된 점 역시 범행으로 이어진다. 200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총탄에 맞아 숨졌는데, 이 총격범은 인터넷에서 구매한 부품으로 사제 총기를 만들었다. 살상력을 높이려고 여러 차례 총기를 개량한 것은 유명하다. 트럼프 피격 사건의 총격범 역시 차량과 거주지에서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