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KLPGA 이벤트홀'에 가려진 갤러리의 눈물

2024-07-11 14:48

[사진=이동훈 기자]
지난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종료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은 이벤트 홀을 18번 홀에 설치하는 과감한 도전을 했다.

이벤트 홀의 이름은 플레저 홀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 16번 홀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음악·음주·응원을 경험할 수 있다. 처음 도입된 것은 2022년이다. 7번 홀, 17번 홀에 이어 올해 18번 홀에 설치했다.

골프에서 18번 홀은 마지막을 의미한다. 54번째 혹은 72번째 홀에서 우승자를 배출한다. 때때로 연장전에서 배출하기도 한다.

롯데 오픈에서도 이 홀에서 우승자가 배출됐다. 연장 대결에서 DJ는 가수 싸이의 챔피언을 틀었다. 흐르는 음악과 함성 속에서 이가영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가영이 72번째 홀에서 연장을 고대했을 때 DJ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틀었다. 선수마저 갸우뚱하게 만드는 선곡이었다.

이 과감했던 도전에는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LIV 골프처럼 신선했다'는 찬성파와 '골프 전통을 무시하듯 시끄러웠다'는 반대파로 나뉘었다.

양론은 이슈몰이가 됐다. 주최사인 롯데와 주관사인 KLPGA로서는 성공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한 구석에서는 눈물을 흘린 갤러리가 있었다. 바로 노약자들이다.

이가영의 우승을 목격하기 위해 한 90세 할머니가 보행 보조기구에 의지해 대회장에 방문했다.

긴 줄을 기다린 끝에 입장하려는 찰나, 한 진행요원이 막아섰다. 바퀴가 달린 물건은 반입이 안된다면서다. 그가 사용하던 보행 보조기구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갤러리의 유모차까지 거부했다.

노인은 사위, 딸과 함께 많은 KLPGA 대회를 누볐다. 지금까지 이러한 제한은 처음이었다. 화가 난 노인은 풀숲에 보행 보조기구를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절뚝이며 걸어가다가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에 격분한 가족들은 진행요원에 규정이 사실인지를 확인했다. KLPGA에는 해당 규정 자체가 없었다. 

만약 규정이 사실이었다면 이정은6의 부친 같이 보행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나, 보행을 할 수 없는 영유아는 KLPGA 대회 갤러리를 할 수 없다. 동행해야 하는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보행 보조기구를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가족들은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이가영의 우승 순간을 즐겼다. 만약 돌아갔다면 1년 9개월 만의 우승을 놓칠 뻔했다.

KLPGA는 플레저 홀에 SUITE 라운지를 설치했다. 연간 회원권이나, 입장권을 구매한 사람들을 위한 휴식처다.

노약자들을 위한 휴식처나 규정은 없었다. KLPGA는 노약자와 관련된 규정을 신설해 운영사에 숙지시켜야 한다.

이날 전동 휠체어를 탄 한 갤러리는 플레저 홀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그린 뒤로 향했다. 진땀을 뺀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래도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전동 휠체어를 탄 한 갤러리가 지난 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의 플레저 홀이라 불렸던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18번 홀에서 휴대폰을 들고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