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의 복잡한 '여름나기'...휴가 반납하고 하반기 위기 대응에 '올인'

2024-07-07 18:0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전자 회장(왼쪽부터 차례대로)[사진=아주경제DB]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하반기 경영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 위기 요인이 산적한 만큼 올여름 휴가기간에는 자택에 머물면서 하반기 투자 계획을 재점검하고, 그룹 내실을 다지기 위한 방안 마련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별도의 여름휴가 없이 집에 머물면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지만 안팎으로 위기감이 팽배해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이다.

이 회장은 최근 2주간 미국 출장에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났고, 지난 2일에는 베트남 권력 서열 3위인 팜민찐 총리와 만나는 등 글로벌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휴가 기간에 회동한 결과를 정리하고, 삼성전자의 AI(인공지능), 반도체 패권 강화를 위한 전략과 M&A(인수합병)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별도의 휴가 계획 없이 하반기 위기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2026년까지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을 통해 재원 80조원을 확보해 이를 AI와 반도체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중복투자 등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해 현재 219개인 계열사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일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이 같은 그룹 전반에 대한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점검하며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경영구상은 오는 17~20일 열리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경영토크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을 주제로 강연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통상 공장 휴가철인 7말~8월 초에 맞춰 휴식기를 갖는다. 올해도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 신차 출시 등 현안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 3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HLI그린파워 준공식과 전기차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양산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국내외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1일에는 한국을 방한한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개별 회동을 하고 베트남 투자 계획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올해 4분기 준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과 신차 전략 등을 챙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가능성과 하반기 최대 이슈인 미국 대선 등을 주시하고 수출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취임 6주년을 맞은 만큼 미래 성장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AI와 바이오, 클린테크 등 소위 'ABC' 분야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7월 말께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지내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나선다. 그룹 내에서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마친 뒤 구체적인 휴가 일정을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통상 하반기 경영 상황을 전망하고 위기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회의인 7월 VCM에 참석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을 할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그룹 최대 과제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별도 휴가 계획을 잡지 않았다. 여름휴가 대신 집에서 틈틈이 휴식을 취하며 남은 미국의 기업결합 심사 진행 상황 등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아직 별도로 휴가 계획을 잡지 못했다. 예년처럼 가족과 함께 조용히 여름을 보내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