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는 늦다'…중산층 10명 중 8명은 "상속 준비 필요"

2024-07-03 11:07
하나금융硏 '중산층의 상속 경험과 계획' 발표
중장년층 절세 고려해 '가능한 빨리' 상속 준비

[사진=연합뉴스]

# 50대 남성 K씨는 최근 상속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서울 성동구에 10억원대의 아파트가 한 채 있고 예금과 주식, 보험 등을 합치면 금융자산도 3억~4억원쯤 된다. 자녀에게 절반씩 물려줄 생각인데 자산이 10억원이 넘으니 세금이 걱정이다. 절세를 생각하면 생전에 증여를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할지 막막하다. 

상속은 더이상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치의 지속적 상승으로 K씨와 같은 중산층도 잠재적 상속세 부과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나금융연구소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산층의 상속 경험과 계획'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소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줄 계획이 있는 중산층 10명 중 8명은 상속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 준비의 적절한 시점에 대해 60대는 아플 때, 40대는 ‘가능한 빨리’라고 응답해 상속 시점에 가까워져서가 아니라 미리 준비하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준비가 필요한 이유로는 ‘절세’(46%)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자녀에게 경제적 안정 제공(34%), 노후 생활자금의 원활한 운용(29%), 법적 갈등 예방(23%) 등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증여를 활용해 향후 상속세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상속은 보통 부모로부터 1~2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증여는 40대 31%, 60대 이상 9%로 젊은층에서 2회 이상 증여 받은 경험이 이전 세대보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비과세 한도 내에서 자산을 분할해서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떨어졌을 때 미리 자녀에게 이전해 절세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상속 경험자의 70%는 상속 과정에서 어려움이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간 재산 분할 분쟁(23%)보다 상속에 대한 준비 부족과 상속 절차상의 어려움(46%), 법률 및 세금 문제에 대한 지식부족(41%), 상속세 등 경제적 부담(29%)이 어려움의 주된 원인이었다.

상속을 계획하는 중산층의 60%는 상속을 스스로 준비할 의향을 보였으며 40%는 전문가의 도움을 계획했다. 전문가 중에서는 세무·법률가의 도움을 우선시했고,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다음으로 높았다. 다만, 금융회사는 세무·법률가 보다 지인의 소개로 이용한다는 응답이 낮아 금융회사가 상속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낯설어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나금융연구소 황선경 연구위원은 “자산이전은 가족 관계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고 노후 설계와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세무·법률가를 통한 상담 외에도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상속 전문 서비스를 통해 현명한 노후 준비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