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다주택 보유자 과세 문제 다시 수면 위로

2024-07-04 06:00

베트남에서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지만 시행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사진=베트남통신사]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부동산 투기를 막고 정부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이제 겨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 국회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추가 과세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투기 방지 및 세수 확대

앞서 베트남 국회 상임위원회는 올해 1월, 부동산 투기 대책 차원에서 다주택 및 대규모 토지 보유자에 대한 세율 인상 규정을 정부가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 베트남 국회에서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가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이전부터 오랜 기간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문제가 논의됐고, 특히 2009년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주택토지세법 초안이 제출되기도 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일단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의 경우, 투기 방지 및 정부 세수 강화라는 목적과 국제 관행 및 시장 추세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 모습 [사진=베트남통신사]

금융 전문가 딘 테 히엔(Dinh The Hien) 박사는 "부동산 등 자산이 많고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자산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 그에 따르는 세금은 투자자가 계산해야 하는 비용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보유 주택이 한 채밖에 없는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가진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 전문가 딘 쫑 틴(Dinh Trong Thinh) 박사는 다주택에 대한 과세는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과세하는 것이 목표로, 두 번째 주택부터는 첫 번째 주택보다 세율이 더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추가 과세는 부동산 시장을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만들면서 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재정부는 다가오는 10월 국회 8차 회의에서 부동산세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부동산 시장 위축 가능성
하지만 다주택 보유자 추가 과세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오랜 기간 침체됐던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겨우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때, 새로운 과세안을 도입하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 응우옌 주이 타인(Nguyen Duy Thanh)은 부동산 시장이 활발하고 거래 건수가 많을 때라면 다주택 보유자 과세를 통해 투기를 억제하고 세수를 충분히 거둘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과세가 도입되면 거래 건수가 줄어들면서 실질적으로 세수가 증가할 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를 제한하기 위해 다주택 보유자 과세안을 도입할 경우, 신중한 논의를 거쳐 과세 대상과 규모 등을 정확하게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합리적 세율을 결정하는 것과 전국적인 시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예로 호찌민시의 경우, 지난 2022년에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부동산세를 추가 과세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는 투자자들이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틴 박사는 토지, 주택, 자산 등에 관한 정보가 개인별로 코드화되어 납세 의무가 관리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재산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다음에야 2주택 부동산세가 합당한지 여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디지털화 과정은 부동산 시장 관리가 개방적이고 투명해지는 데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며 이는 횡령, 뇌물수수,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좋은 조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도시와 농촌 등 특정 지역을 구분하거나, 구역별로 나누어 세율이 합리적인지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베트남 경제전문가 딘 쫑 틴 박사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SBLAW 법률사무소 응우옌 타인 하(Nguyen Thanh Ha) 변호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주택 부동산세가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역시 이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를 거쳐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 모델을 연구하고 2주택 부동산에 대한 조세정책을 점진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자신의 부동산을 타인의 명의로 거래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정도 존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정부의 다주택 보유자 과세는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반발과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는 부동산 시장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엄격하고 투명한 과세 시스템과 함께 부동산 거래를 면밀히 감독·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